13일부터 유럽 순방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정오에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교황의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어 지난달 20일 백두산 천지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꼭 교황청에 알리겠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허리를 숙이며 “꼭 좀 전달해달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한다면 평양을 찾은 첫째 교황이 된다. 특히 교황의 방북으로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더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교황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약속을 재차 확인한다면 교황의 '공증'으로 북·미 간 비핵화 약속에 구속력이 생길 수 있고, 남·북·미 종전선언과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도 촉진시킬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평화와 인권, 자유를 중시한다는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국제사회에 데뷔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천주교계와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프린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큰 관심을 가져온 만큼 방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또 최근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 개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 가능성도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아시아 순방지로 2014년 8월 한국을 찾았다. 특히 평소 공식 석상에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전파된 한국 천주교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문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교황청에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특사로 파견, 급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의 긴장 해소 및 평화구축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하고,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세례명 디모테오)에게 전해달라며 묵주를 선물로 전달했다.
교황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시간을 정오로 잡은 것도 파격적인 일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해석이다.
교황청은 이에 앞서 교황과 문 대통령의 면담 하루 전인 17일 오후 6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주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교황청의 중심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별 국가의 평화를 주제로 한 미사가 열리는 것이나, 교황청 '넘버 2'인 파롤린 국무원장이 주교 시노드 기간임에도 미사를 집전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등 유럽 순방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13∼18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국빈 또는 공식 방문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외교·안보 협력을 제고하고, 첨단과학·신산업 능력을 보유한 이탈리아와 신산업 협력 증진 방안을 중점 추진한다.
이어 17∼18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며,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한·EU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덴마크로 이동해 '녹색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를 방문, P4G 정상회의에서 녹색성장 협력 및 개도국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