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234일 만에 구치소를 나온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짧은 석방 소감을 밝힌 뒤 곧바로 롯데월드타워로 향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그의 집무실과 자택이 집결돼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소공동에서 이곳으로 집무실을 옮겼고, 거처 또한 롯데월드타워 내 고급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마련했다.
지난 2월 구속수감 되기 전까지, 신 회장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수직 출퇴근’을 꾸준히 해왔다. 그가 출퇴근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이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뉴롯데는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추락한 롯데의 기업 이미지를 쇄신, 보다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롯데의 미래 비전이다. 신 회장은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총 40조원 투자 계획과 함께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 체질 등을 공언했다.
그런데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롯데는 올 들어 국내외에서 10여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채용 계획 등을 모두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신 회장이 석방되자마자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동안 미뤄진 뉴롯데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껌으로 성공하면서 한때 일본 총리의 귀화 제의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1966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그룹을 키워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취직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것이 가슴 아팠다. 한국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일으켜야 되겠다”고 생각해 귀화를 거절했다고 회고했다.
롯데의 사명(社名)은 신 명예회장이 가장 좋아한 책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여주인공 ‘샤를로테Charlotte)’에서 따왔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자수성가한 청년 신격호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가 누구나 자신의 노력에 따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되고, 샤를로테처럼 사랑받는 기업이 되길 염원했다.
지금 롯데월드타워 광장에는 독일 베를린의 괴테상을 3D스캐닝과 컴퓨터 커팅 기법, 독일 장인의 기술력으로 훼손된 부위까지 촘촘히 복원해낸 괴테상이 들어서 있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기억하며 16억원을 들여 독일 외 국가에서 처음으로 괴테 동상 건립을 유치해낸 것이다.
신 회장은 석방 다음날 아침, 괴테상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나 분명한 것은 자신이 그토록 다시 일하고 싶었던 만큼, 청년 신격호가 그랬던 것처럼, 보다 많은 이 땅의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