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래를 대비하는 대안(代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018-09-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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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먹거리 선점 전환기 시대, 경쟁자들은 남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혈안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현재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들과 벌이고 있는 통상 전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자금과 시장을 내세우면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에 집중적인 화살을 퍼붓고 있다. 이는 결국 미래 패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양상을 보면 약 10년을 주기로 핵심 먹거리가 등장한다. 21세기 들어서 초반 10년 간 HDD(하드디스크드라이버)가 주도하다가 현재는 스마트폰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도 먹거리로서 수명을 다하고 있는 징조가 현격하게 나타난다. 후발 중국 업체의 가세로 시장이 분할되고, 기술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가 되고 있다. 새로운 기능을 첨가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크게 차별성이 없어 글로벌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선발주자인 삼성과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틈새를 타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가 미래차인 스마트 자동차다. 미래차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신(新)에너지원과 인공지능(AI)이 접목되는 AI 자동차고, 다른 하나는 IT 기술이 접목된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차량공유서비스(카셰어링) 등이다. 이 부문에도 당연히 미·중이 주도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이에 뒤질세라 숨 가쁘게 폐달을 밟고 있지만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특징적인 것은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보다 IT 업체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개발 경쟁에서 IT 업체들이 더 주도적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기술과 시장을 두고 경쟁자들끼리의 합종연횡도 가시화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쟁자를 제치고 선점할 경우의 과실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덤벼든다. 한동안 이 부문에 등한시하던 우리 기업들도 뒤늦었지만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을 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바로 ‘유니콘(Unicorn,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이마에 뿔이 달린 말)’의 출현이다. 이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 원)에 달하는 설립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대거 출현하고 있지만 인도 혹은 동남아 등 잠재 거대시장에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213개 유니콘 스타트업 중에 한국은 2개(쿠팡과 옐로모바일)를 올려놓고 있어 면피는 하고 있는 셈이다. 근자에는 유니콘의 10배에 달하는 ‘데카콘Decacorn)' 스타트업마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전통 제조업에 비해 유니콘 혹은 대카콘이 고용 효과까지 지대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태생적으로 협소한 내수시장으로 경쟁국보다 불리한 선상이 놓여 있기도 하다. 왜 우리가 해외 지향적이어야 하고, 경쟁국 스타트업을 이기기 위해서 어떤 유리한 조건들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는 매우 자명하다.

얄팍한 정치 포퓰리즘에 대응하는‘대안 만드는 사회’로 분위기를 일신해야

바깥을 보면 눈이 팽팽 돌 정도로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내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커녕 인식조차 없다. 과거에만 집착하고 철 지난 이념 논리에 사로잡혀 사회는 계속 공전한다. 대안(代案)은 생겨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난무한다. 국가 경영의 우선순위는 실종되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좀비들은 더 극성을 부린다. 국민의 삶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경제는 더 수렁에 빠진다. 가진 것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남에게 뺏기고, 남으로부터 빼앗아 올 것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도전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국내에 먹거리가 없으니 해외를 기웃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내에 들어오는 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더 이상 커질 수 있는 환경에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이다. 앞으로 커지기보다는 줄어들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여기서 쳇바퀴를 중지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빠진 함정에서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다. 이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논리로만 세상을 재단하는 헛물을 그만 켜야 한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면서 들고 나온 국민주도성장 혹은 출산주도성장 등과 같이 모호하거나 초점이 흐린 어설픈 대안으론 절대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 집권 세력이 독주를 한다고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이 아닌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일관하면 영원한 낙오자 신세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조·수출·내수의 현장과 인재를 양성해내는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이 더 많도록 풍토를 전환해야 한다. 내부에서 치고 박고 싸울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경쟁자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이를 더 많이 갖고 가는 자들의 인내와 자제가 필요하다. 기업과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고 더 만들어지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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