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의 경쟁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선보인 무인편의점 시스템은 편의점 대국인 일본에서도 견학을 오는 수준입니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편의점 산업의 경쟁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본사와 가맹점주의 갑을 구도라든가, 이마트24의 편의점산업협회 가입의 제한 등 일부 보도와 뜬소문을 통해 모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라고 염 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편의점이 가진 많은 오해를 푸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편의점이란 업계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협회가 도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에 대한 오해 많아 “왜곡된 인식을 바꿔야”
국내 편의점 4만개 시대. 한 집 건너 편의점이다 보니 많은 이슈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유통채널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가맹점주의 극단적인 선택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몇몇 사건들 때문에 편의점에 관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은 여전히 인기 있는 가맹사업이기도 하다. 젊은 층부터 은퇴한 베이비부머세대까지 많은 사람이 편의점 창업에 나서고 있다. 리스크가 적고 본사의 경영노하우 전수를 통해 쉽게 사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폐업보다 창업이 더 많은 점포의 순증이 플러스로 나타나고 있다.
염 부회장은 “사람들이 가맹사업으로 편의점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인구대비 자영업자가 많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폐점률이 낮은 사업을 선택하게 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업종별 폐점 비율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32%로 여타의 프랜차이즈가 보이는 60~70%의 폐점률보다 낮은 편이었다. 반대로 보자면 편의점의 사업유지율이 70%나 되는 셈이다. 특히 다른 사업과 달리 폐점을 하더라도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됐다.
염 부회장은 “한국의 편의점은 사업을 진행하기에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마련돼 있다”며 “최저수익보장이 일본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 장치이며 가혹하다고 지적되는 가맹수수료도 사실은 일본보다 한국이 10% 정도 더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만큼 본사에서도 가맹점주들에게 많이 퍼주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으로는 오해가 많다”며 “가맹본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구축하는 정책이 마치 점주들과의 소통 없는 착취 행위로만 비쳐서 억울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맹점주와의 노예계약에 관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고 염 부회장은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희망폐업이 일방적인 방향에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염 부회장은 “편의점 업계가 워낙 크고 다양한 사람들이 관련돼 있다 보니 정치적인 움직임도 무시는 못한다”며 “상식적으로 가맹점의 영업이 안되면 본사도 폐업을 원하며, 협회와 본사에서도 점주를 돕고자 움직이지 요즘 시대에 노예계약은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염 부회장은 비즈니스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이 기본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최소한의 위약금이란 장치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약속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매스컴에서는 가맹본부를 사용자로,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는 왜곡된 시각이 ‘갑을’프레임을 만들어 냈다는 게 염 부회장의 주장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촉발시킨 점주-본사 갈등 해결책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최저임금의 인상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대부분 인건비에서 마진을 남기는 편의점 업계에 큰 타격을 준다. 올해 최저임금의 16.4% 증가에 이어 내년도 10.9% 상승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에 편의점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고정비용의 급격한 증가가 수익을 악화시킨 탓에 가맹점주들은 자신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맹렬하게 사회 운동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도 번진 상황이다. 실질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가맹점주는 물론 여론의 비난까지 받는 본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더 거세지자 염 부회장은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그는 편의점 업계의 지나친 갑질논란에 대해서 우선 짚고 넘어갔다. 사회적 오해는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염 부회장은 “무조건적인 가맹로열티 인하와 야간영업자율화를 본사에 요구하고 그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갑질 행위의 해결 명분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본사가 가맹점에 어떤 갑질을 했는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조직에든 크고 작은 갈등은 있기 마련인데, 현재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 제시와 의견표출이 가맹본부와의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편의점 사업은 기본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하는 동업자 관계인 셈이다.
염 부회장은 “점주와 가맹본부 간 계약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를 통해 법적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서로 합의를 하고 진행을 한다”며 “점주 자신이 선택을 가맹본부의 갑질로 왜곡한다면 갈등만 심화될 뿐이다”고 지적했다. 대결구도로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협력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치가 더 있을수록 좋다. 염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과 경험에서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분쟁해결센터(DRB)의 도입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DRB(Dispute Resolution Board 분쟁해결위원회)는 미국에서 나온 제도다. 하도급 분쟁이 많았던 미국에서는 공사계약을 할 때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에게 DRB를 권장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가 인정하는 중립적인 중재자를 선정해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후 집단 간 분쟁의 가능성이 생길 때마다 분쟁해결위원회가 나서 자율적으로 분쟁조정을 하게 된다.
염 부회장은 2014년도에 편의점 업계 사장들에게 이 제도를 제안했고 이후 CU에서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CU의 본사-점주 간 분쟁이 3분의 2 가까이 줄어들었다. 효과가 증명되자 세븐일레븐 등 경쟁사도 이 제도를 잇달아 도입했다는 후문이다.
◆브랜드 가치의 상승이 남은 숙제, 미래 편의점은 문화공간
한국 편의점이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겪는 상황이지만 염 부회장은 경쟁력만큼은 자신했다. 사실 편의점 대국인 일본에 비해서 모자란 부분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염 부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한국 편의점의 경쟁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현재 상품과 물류시스템 편의서비스를 감안할 때 한국의 편의점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PB상품의 종류가 다소 적을 뿐 신선식품의 생산시설이나 유통시스템은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 수준과 사회적 인식이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점이다. 염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편의점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다”며 “우리보다 경제 사이클이 20년 정도 빠른 일본은 이미 한국과 같은 위기상황을 다 극복하고 브랜드 가치의 상승에 많은 힘을 쏟아 왔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촘촘한 유통채널을 가진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재난 복구에 앞장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취업선호 직장으로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보다는 전자나 화학같은 대형 제조업이 더욱 인기가 있는 반면, 일본은 2000년 당시 소니와 같은 유명 전자회사보다도 세븐일레븐의 구직 선호도가 더 높았다는 것.
염 부회장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지만 그만큼 일본의 세븐일레븐에 대한 브랜드 가치는 높게 인식되고 있다”며 “그런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현재 세계 각국에 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형 편의점에 관한 조언으로는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공간의 역할은 곧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편의점이 물건을 유통하는 공간을 넘어서 의식주에 관한 모든 상품을 연결하는 생활플랫폼이 되는 동시에 문화를 전파하고 고객들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부회장은 “현재 일부 가맹본부에서 도입해 운영 중인 인공지능 시스템과 무인점포는 스마트 편의점을 향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신상품 소개 장소가 편의점인데 결국 한국도 편의점이 문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