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고용참사
12일 내놓은 8월 고용동향은 8년7개월만에 가장 적게 증가한 취업자수 증가폭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월 실업자 수, 취업자 증가폭, 청년실업률 등 주요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통계입니다. 8월 취업자 수는 작년 8월보다 3천명이 늘었을 뿐입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충격이 더합니다. 8월 실업자수는 113만3000명. 19년만에 최대규모이고, 8개월 연속 100만명 대인데 IMF관리 시절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20만2000명이 실직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으로 보입니다. 사업시설 관리와 임대서비스업은 11만7000명이 줄었는데, 이는 경비원이 속한 일자리들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10%로 19년만에 최악입니다. 40대 취업자도 27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죠.
# 조선과 동아의 청와대 '안일한 인식' 공격
조선일보 편집은 '청년실업'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의 '성장통' 발언( "8월 고용부진은 경제 체질변화의 통증"이라고 해명)에 항의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청년. 그가 푹 숙인 머리 위의 벽에는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 신념과 희망에 넘치고 용기에 넘쳐 나날을 새롭게 활동하는 한, 청춘은 영원히 그대의 것이리라."라는 사뮤엘 올만의 글이 씌어져 있어 역설과 풍자를 더합니다.
제목은 이렇게 뽑았습니다.
이 청춘의 절망, 그저 통증입니까
- 청년실업률 10%로 외환위기 후 최악, 8월 취업자 증가 3000명 뿐
- 청 "경제체질 바뀌며 수반된 통증"...안이한 인식에 여론 들끓어
동아일보는 어떻게 편집했을까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한 취업페스티벌에서 구직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머리를 걷어 감으며 고개를 들어 해외취업 채용공고 게시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진을 크게 썼습니다. 이미 마감된 게시판을 응시하는 여성의 뒷모습은 청춘의 말문 잃은 절망을 웅변하는 듯 합니다. 이 사진과 맞물려 추락하는 취업자수 증가폭 추이 그래프를 배치했습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동아일보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끝모를 고용추락
성장통이라는 청
- 8월 취업자 증가폭 3000명 '쇼크'
- 실업자 113만명, 외환위기후 최악
- 청 "경제체질 바뀌며 오는 통증"
- 김동연 "최저임금 속도조절 협의"
부제에 김동연 부총리의 얘기를 실은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차를 보여주면서, 최저임금이 실업참사를 부른 것을 정부 측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망에 의존하는 청와대 비판한 중앙일보
조금은 헐렁해보이지만, 나름 한칼을 휘둘러 보인 중앙일보의 편집을 한번 볼까요?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붕괴
중앙일보는 청와대 낙관론의 출처를 공격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견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망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18년 고용전망치를 발표합니다. 상반기에는 취업자가 28만7000명이 늘어나며 하반기에는 30만5000명이 불어난다고 했죠.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죠? 상반기는 14만2000명이 늘었을 뿐입니다. 전망치로 보면 반타작도 안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8월1일에 "올 하반기 취업자가 20만2000명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낮췄지만, 7월과 8월에 늘어난 취업자는 각각 5000명, 3000명이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8월 고용을 전망하면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의 임시일용직 감소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며 15-64세 인구 감소가 취업자 증가 폭을 제약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다르게 얘기합니다. "인구구조변화만으로는 일자리 감소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다르게 말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청와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망을 굴뚝같이 믿고 있다가 고용참사를 대면하게 된 거죠.
# 경제신문은 세대별 실업사태에 초점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세대별 실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매일경제는
또 고용참사...40대 16만명 일자리 잃어
라고 뽑은 반면, 한국경제는
쫓겨나는 알바...청년 17만명 일자리 잃다
로 달았습니다. 이런 편집 전략으로만 보자면, 매일경제는 주요 독자들인 40대의 주머니사정을 걱정하고 있는 듯 하고,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미래인 청년 알바의 참상을 근심하는 듯 보입니다. 같은 사안 속에서 무엇에 더 주목했느냐는, 때로 신문의 '내면'을 드러내는 고백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 경향신문까지 대대적으로 보도
오늘 조간 중에서 인상적인 편집을 한 것은 경향신문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이 신문은 다른 보수적인 매체와 마찬가지로 1면에 대문짝만하게 이 기사를 다뤘습니다. 동아일보에서도 쓴 취업페스티벌 사진을 크게 썼고,
고용, 끝모를 추락
이라는 카피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3면 해설기사에서
도미노처럼...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위기, 자영업까지 타격
이라며 통계가 드러낸 경제실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같은 실업사태의 원인이 자동차와 조선업 등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보이며, 정부와 궤를 맞추고 있습니다. 자영업의 일자리 감소 또한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더 심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이런 관점을 윤동열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의 견해로 갈음합니다. "조선업과 자동차 업종 구조조정으로 하청업체들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 부문에서 신규채용 수요가 없다. 주력산업의 침체로 국민들의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도소매, 음식숙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 한겨레는 2개면에 고용참사 문제점 조목조목 짚어
한겨레는 오늘 발표하는 종부세 인상과 토지공개념 도입을 메인으로 올리고, 8월 고용참사는 아래로 내려 정부의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주52시간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제목으로 달아 눈길을 끕니다.
더 나빠진 고용...김동연 "주52시간 등 속도조절, 당청과 협의"
1면에선 상대적으로 작게 갔지만, 4면과 5면에 고용참사를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목들을 보면 수위가 높습니다.
40대 15만8천명 줄며 직격탄..."9월 고용 마이너스 우려"
김동연 "최저임금은 '아나운스먼트 이펙트(공표효과) 크다"
더 커진 고용 양극화...기능 노무직 급감, 관리 전문직은 늘어
서비스업 일자리마저 감소로 돌아섰다
# 모든 언론이 문제 삼는 고용참사, 당국자들은 신문 다 읽었을까
8월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는 워낙 치명적인 숫자들을 내놓고 있기에, 거의 모든 언론들이 심각성을 편집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도 문제려니와, 그것을 아직까지도 '곧 풀릴 과도기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청와대의 관점에 대한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은 조선과 동아이며, 한겨레와 경향까지 나서서 9월의 고용 마이너스를 우려하고 고용 감소의 업종별 도미노 현상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언론들의 이구동성 비판을, 당국자들은 오늘 아침 꼼꼼히들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