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블랙스완' 예방에 나섰다.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란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10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8일 열린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금안위) 3차 회의에서는 각종 금융위기를 효율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기존의 리스크는 물론, 각종 블랙스완에 잘 대처해 주식·채권·외환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금안위 수장이 된 류 부총리 주재로 지난 7월 2일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전체회의다. 지난 달 24일 '금융리스크 예방'을 주제로 열린 전문회의까지 포함하면 최근 70일새 모두 네 차례 회의가 열린 셈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10주년(9월 15일)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 블랙스완을 경계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갑작스레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전쟁, 터키·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장에 리스크가 확산되는 걸 중국 지도부가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 8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0.5% 포인트 이하로, 통제가능한 범위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 역시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전 세계에 갑작스럽게 확산된 공포감과 위기는 경제모형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블랙스완을 경계했다.
동시에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올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미중 무역전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1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미국 금융 원탁회의'에 미국 주요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할 예정이다. 블랙스톤, 골드만삭스,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수장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국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노력하고 있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7일 광둥성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짓기로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엑손데런 우즈 엑손모빌 CEO를 만나 중국은 외국기업을 자국기업과 공평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미·중간 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