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 '그린벨트' 패 내놓는 당정…서울 집값 잡기에 올인

2018-09-04 16:29
  • 글자크기 설정

추석 전까지 기한 짧아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 일부 해제하는 방식으로 공급할 듯

단기간 내 수급불균형 해결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투기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개발 최종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수도권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올해 추석 전에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은 당정이 최근 치솟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4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정은 추석 전까지 부동산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경우에 따라 서울 및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할 뜻을 밝혔다.
그린벨트란 도시 주변 녹지 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구역으로, 1971년 처음 도입됐다. 그린벨트는 서울과 같은 주요도시의 경우 과밀개발 및 난개발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며, 시민들에게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사실상 개발 억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7일 수도권 일대 14곳에 24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권 일대에서 적절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루트가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신규 공급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비사업에 대해 전면적 규제를 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풀 가능성은 낮다. 결국 답은 그린벨트 해제밖에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서울과 인접지역의 땅을 물색하고, 필요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당·정·청이 범정부 차원에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 작업에 들어간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은 그린벨트 해제에 쐐기를 박는 셈이 됐다.

실제로 국토부는 현재 서울 시내 및 외곽에서 공공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을 물색하고 있는 상태다. 추석 전까지 기한이 짧은 관계로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는 방식이 유력히 거론된다.

당정은 약 33만㎡(10만평)를 확보할 경우 주택 1만 가구가량을 신규로 지을 수 있고, 서울에 필요한 주택이 연간 5만 가구라고 가정할 때 5만가구씩 2군데 정도 공급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미 지난 7월 국토부의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 발표 당시에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내용은 언급됐다. 당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서울 내 유휴 국·공유지 등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활용해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로 이미 시와 합의를 이뤘다"며 "연말까지 환경부와 구체적인 입지 선정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그린벨트를 포함한 공급 대상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역은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신혼희망타운 등에 대해선 전매제한 최대 6년과 거주 의무 기간 최대 3년이 부여된다"며 "서울에서 그린벨트를 푼다면 흉내만 내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양의 주택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내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지역은 서울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좋고 대규모 택지 확보가 가능한 곳들이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11월 기준 그린벨트는 총 149.61㎢에 달한다.

구별로는 서초구(23.88㎢)에 가장 많은 그린벨트가 있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등 순이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등, 강서구에서는 김포공항 주변 지역이 언급되고 있다. 또 경기 지역에서는 고양시 및 과천시 등이 거론된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공급을 늘리고 세법 개정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 당의 구상이 추가적으로 더해질 예정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고가주택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대신, 다른 부분에 대해 부담을 낮출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렇게 공급을 늘리고 다주택자의 처분을 유도하는 것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이 수급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일대 수요층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추석 전에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것은 예상보다 빠른 데다, 또 다른 투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당연히 양질의 공간에 공급이 증가해 인근 지역의 수급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문제는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 인근이 또 다른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