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부사장이 인도에서 약 7000km 떨어진 독일 ‘IFA 2018’ 행사장을 직접 찾았다.
홍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과 ‘격전지’로 변모하면서 경쟁자의 현황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홍 부사장은 3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18 화웨이 부스에서 기자와 만나, 해당 업체의 기술 수준을 묻는 말에 “좋습니다”라며 치켜세웠다.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를 과거의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만 해도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지난해 2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 현지 시장에 화웨이, 오포, 비포 등도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상황이다. 홍 부사장이 바쁜 일정을 쪼개 인도에서 독일까지 날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화웨이의 경우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화웨이는 4984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처음으로 미국의 애플을 꺾고 2위에 올랐다. 애플은 4471만대를 판매해 3위로 차지했으며, 삼성전자는 7233만대로 1위를 유지했다.
홍 부사장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시장 확대 전략 등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다만 그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고위 경영진을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수성’을 위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인도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에서 열린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공개 행사에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서 신제품을 소개했다. 고 사장이 인도 스마트폰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시장 1위 수성 의지... 행동으로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인도 특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판매 법인을 비롯해 5개 R&D(연구개발)센터, 디자인센터, 두 곳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R&D센터에 인도공과대 및 국립기술대 졸업생 2000여명을 채용하는 등 현지 인력도 확보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도 노이다 신공장을 총 25만㎡ 증설하며 현지 휴대전화 생산 능력을 월 500만대 수준에서 1000만대로 확대했다. 2020년 말까지 이 공장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을 연간 1억2000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급성장하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해외로도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삼성전자는 유튜브 등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반투명 채팅창을 통해 채팅이 가능한 '챗온비디오', 제품 사진을 찍으면 해당 상품이나 비슷한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삼성 몰', 상대방이 오토바이 운전 중인 경우 전화를 건 사람에게 운전 중이라고 안내하고 오토바이가 멈추면 전화 연결을 해주는 'S-바이크 모드' 등 인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지속 발굴해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 준프리미엄급인 갤럭시A8플러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S9·S9+)’ 등을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갤럭시J6, 갤럭시J2 2018, 갤럭시J4 등 저가폰도 쏟아내면서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가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중국이 4억1170만대로 가장 많고, 미국(1억3720만대)과 인도(1억3550만대)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