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반등장'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이 추가로 얼마나 주식을 사들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은 열흘도 안 돼 1조원 이상을 코스피에 쏟아부었고, 지수를 9거래일 연속 끌어올렸다. 다만, 미국발 무역분쟁이나 국내 경기 위축을 감안할 때 '바이 코리아'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까지 9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2240.80에서 2309.03으로 3.04%(68.23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9일 연속 오른 것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9일 만에 1조11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주식을 팔아치운 날은 20일(-555억원) 하루뿐이었다. 반대로 개인·기관은 9일 동안 각각 8084억원, 8542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이 홀로 반등장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가 많이 빠졌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심리를 개선했다. 2200선은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치면 청산가치(1배)조차 밑도는 0.9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반등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몰려 있는 반도체 업종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며 "외국인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WSTS는 2개월 만에 올해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12.4%에서 15.7%로 높였다. 내년 전망치도 4.4%에서 5.2%로 올라갔다.
그래도 본격적인 강세장을 점치는 목소리는 증권가에 많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추세적인 상승장보다는 기술적인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경기와 실적이 뚜렷하게 나아지기 전까지는 코스피가 2400선에 안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마찬가지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이 무역협상을 재개해도 갈등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 본질도 미국이 차별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긴축 사이클로 들어선 데 있다"고 덧붙였다.
3분기 실적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업종 위주로 투자를 좁혀야 하겠다. 조선과 화장품, 의류, 완구,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가 이런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려운 상황은 지나갔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실적 전망을 따져 투자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