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윗을 통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번에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느끼기에 북한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추가적으로 중국과 무역 상황이 보다 좋지 않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과정을 위해 기존처럼 돕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관계가 해결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조만간 가기를 바란다"며 "김정은 위원장에 따뜻한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곧 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복수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방북 취소 결정이 폼페이오 장관이 출발하기 불과 수시간 전에 급박하게 이뤄졌다면서 백악관 당국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방북 취소 결정이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존 캘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전화를 통해 참여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정보 관계자와 국방 관계자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외교적인 문제가 빌미가 된 것으로 AP는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발표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취소의 이유로 중국과의 무역관계 악화를 들고 있어 대중 무역 분쟁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분쟁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지속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북한 비핵화 지원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 것은 폼페이오의 방북을 앞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되면서 미북간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미국의 요구하는 핵무기 신고를 북한이 수용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받아들이는 데 합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종전선언 등의 평화체제 구축 과정 이전에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에 나서지 않겠다고 지속적으로 맞서 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거론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해결을 대중 무역 분쟁 해결의 조건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에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 협상이 미중 무역분쟁과 엮이면서 한층 복잡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은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격 취소 발표는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공격적인 담화 이후 정상회담 개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북한이 즉각 유감을 표하는 유화적인 외무성 담화를 발표한 이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협상이 재개됐었다. 이번 트윗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곧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을 희망하면서 북미협상의 판은 깨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미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다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앞으로의 상황은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도 북한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결정 이후 유화적인 태도로 바뀌어 협상에 임했던 적이 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오바마 정부 NSC 아시아담당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에 대한 압력이고 중국에 대한 압력으로 둘은 깊은 연관이 있다"며 "문제는 중국과 북한이 이 게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이를 좌절과 약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