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률은 우리나라에서 1% 남짓에 불과하다. 한글이 배우기 쉬워서겠고, 남다른 교육열도 한몫했겠다. 해외에나 나가야 언어장벽 때문에 문맹을 체험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글을 이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문해율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년 전쯤 실질문해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50~60대는 거의 꼴찌를 차지했다. 16~24세만 보면 조사대상인 22개국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55~65세는 20위였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는 '금융문맹'이 많다. 이 역시 수치로 알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015년 143개국 115만명을 대상으로 금융지식 문맹률을 조사했다. 우리나라는 77위를 차지해 우간다(76위)에도 밀렸다. 짐바브웨나 미얀마도 우리나라보다 나았다. 당시 조사를 두고 객관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안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꼽을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를 합친 말이다. 역할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괜찮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서민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해줬다.
문제는 여전한 규제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비대면 서비스를 하려면 자본금을 40억원 이상으로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들어맞는 업체는 거의 없다. 물론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근거로 든다. 영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난립하는 바람에 투자자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우라고 생각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위험군에 넣을 만한 상품이 아니다. 도리어 은행 예금을 빼면 가장 안전한 등급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가깝다. 애초 투자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만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짠다. 규제를 풀면 재산을 증식할 더 많은 기회가 서민에게도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