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쇼크'까지…글로벌 금융시장 '强달러' 아우성

2018-08-12 07:51
  • 글자크기 설정

WSJ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 파괴자는 달러"…2Q 달러 강세 본격화 곳곳서 파문

[사진=연합뉴스]


'터키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값이 10일(현지시간) 한때 전일 대비 20% 넘게 추락하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도 흔들렸다. 시장에서는 터키 쇼크가 다른 신흥시장은 물론 유럽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은행들의 터키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터키 쇼크를 비롯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파란 한 가운데 달러 강세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터키 쇼크도 예외가 아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0일 1년여 만에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달러 값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본격적인 반등은 올해 2분기 들어 시작됐다. 그 전에는 미국보다 신흥국의 성장세가 돋보여 신흥시장에 돈이 몰렸다. 터키만 해도 지난해 7%대의 성장률을 뽐냈다. 올해도 3~4%의 성장세를 예고했다. 달러 약세 속에 신흥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신흥국 증시 지표인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30% 넘게 올랐다.

시장 분위기는 올 초에도 비슷했다. 미국의 성장세가 강해지고 달러 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전까지다. 미국이 2분기에 4.1%(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의지가 거듭 확인되면서 달러 값이 급반등했다. 2분기에만 유로화에 대해 5.5%, 엔화에 비해 4.2% 뛰었다. 브라질 헤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에 대해서는 각각 17%, 16% 절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례가 없는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달러 강세 탓에 지난해 값이 오른 자산이 올해 모두 시들해졌다며, 달러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파괴자'(disrupter)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최근 세계 경제 성장세를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대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감세·무역정책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불확실성의 근원이 된 셈인데, 미국 통화인 달러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투자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건 역설적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하루 5조1000억 달러가 거래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거래 비중이 여전히 88%(2016년 기준)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각국이 쌓아둔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62.5%나 된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미국 자본시장은 규모와 유동성 면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다른 어떤 통화보다 달러가 투자하기도, 조달하기도 쉽다는 말이다.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행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옵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3개월 만기 콜옵션(매수권리) 가격이 풋옵션(매도권리) 가격보다 높다며 그 차이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달러가 3월 이후에 이미 6% 절상됐지만, 트레이더들이 달러 강세가 계속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미국의 경제지표와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달러 값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쇼크를 촉발하면서 달러 강세에 대한 지지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 쇼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율을 다른 나라의 2배로 높이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터키의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에 대한 보복 제재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 리라화가 우리의 매우 강한 달러에 대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배증을 방금 승인했다"고 밝혔다.

리라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띠면 달러로 매기는 터키산 수출제품의 가격이 떨어진다. 미국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물리는 폭탄관세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트럼프가 터키에 대한 세율을 2배로 높인 이유다. 미국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강세 지지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해 무역에서 이익을 본다고 비판하고, 연준의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를 자극한다고 불평했지만 터키 쇼크처럼 상대를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달러 강세는 반기겠다는 걸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