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위안화가 평가 절하되고, 잇단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속에서도 지난달 외국인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채예탁결제기관(CCDC)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중국 역내 위안화 표시 채권 규모는 1조3500억 위안(약 221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것이다.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비중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홍콩 명보(明報)는 해외 중앙은행의 유입, 중국 채권의 글로벌 지수 편입 기대감, 중국 채권 투자 접근성 제고 등이 외국인이 중국 채권 보유를 늘리는 이유라고 10일 보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누버거 버먼은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해외 중앙은행"이라며 "위안화를 외환보유액으로 활용하려는 해외 중앙은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장기투자자인만큼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 역내 채권이 내년 글로벌 주요 채권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 3월 블룸버그 엘피(LP)는 내년 4월부터 20개월 동안 중국 본토 채권을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에 편입시킨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중국 본토 채권이 처음으로 글로벌 채권지수 중 하나에 편입되는 것이다. 지수 내 중국 비중은 약 5.5%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만약 중국 채권시장이 3대 글로벌 채권지수(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바클레이스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시티 세계 국제지수)에 포함될 경우 2500억 달러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중국 역내 채권 시장은 약 12조 달러 규모로, 미국·일본에 이은 세계 3대 채권시장이다. 하지만 해외 중앙은행·국부펀드·보험사 등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역내 발행 채권 보유 비중은 1.7%에 그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이제 막 채권시장을 대외에 개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중국 본토에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에게만 채권시장을 개방했다. 이어 지난해 7월 홍콩과 중국 본토간 채권 상호거래를 허용하는 '채권퉁(債券通)'을 개설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 직접 투자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향후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중국 채권시장에 유입될 공간은 크다는 전망이다. 자한(覃漢) 국태군안 채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채권시장이 이제 막 외국인에 개방된만큼 신규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 채권 디폴트 증가는 중국 역내 채권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이다. 올 들어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약 4.7% 평가절하됐다.
중국 채권 디폴트도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무역 갈등 여파로 중국 기업 이익이 둔화하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올해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6월말까지 165억 위안(약 2조75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207억 위안의 80% 수준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