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당국의 여론 탄압 강도가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여론 통제와 같은 낡은 방식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젠 인터넷으로 전 세계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절대 지도자가 존재하는 전제주의를 향한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이후 중국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清華)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중국의 대표 공립대학으로 친(親)정부 교육기관으로 분류된다.
시진핑 장기집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 당국의 통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山東)대 교수가 자택에서 ‘미국의 소리(VOA)’와의 생방송 인터뷰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 공안에 끌려가는 소식이 전해져 세계에 충격을 줬다.
또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중국의 반(反)체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베이징 작업실은 사전 통보 없이 굴착기로 철거돼 논란이 됐다. 시진핑 사진에 먹물을 뿌린 여성은 정신병원에 수용돼 면회가 금지된 상태이며, 그의 아버지는 면회를 신청했다가 오히려 공공안전을 해친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는 영화 상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디즈니의 신작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상영 불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곰돌이 푸’가 시 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쓰인 것과 관련, 중국에서 영화 상영이 거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곰돌이 푸는 2013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때부터 풍자 소재로 사용됐고, 중국 온라인에서 ‘검색 불가’로 처리되는 수난을 겪었다. 6일 현재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을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검색하면, 최근 북미시장에서 개봉했다는 소식만 전해질 뿐 중국 상영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인민’을 총 78차례 외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사회 안정 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여론 탄압 행보를 보면 인민을 위한 사회 안정이 아닌, 시 주석의 독재정권을 한층 견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