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호가 출범했다. 포스코는 이제 기술의 포스코에서 관리의 포스코로 넘어간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 경영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경영으로의 방향전환을 뜻한다.
포스코호의 새 선장인 최 회장이 공대 출신 CEO의 전통을 깬 첫 경제학과 출신이란 점에서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런 경력으로 최 회장은 포스코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에서 흘러나온 ‘CEO들이 재무제표를 모른다’는 저간의 질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재무’ 사정을 무시하고 국내외 기업의 대량 인수와 매각, 전략 없는 신사업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포스코의 비전이 좀더 광대했으면 한다. 예컨대 대한민국 제조업계의 큰형으로서 ‘포스코와 함께하는 제조업’을 선도하는 일이다.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제조업 비전과 첨단 제조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첨단과학기술의 용광로로서 ‘포스코와 함께하는 과학기술’도 실현하겠다는 선언도 했으면 한다. 첨단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의기소침해 있는 과학기술계에 힘을 불어넣는 일도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는 최대 라이벌 중의 하나인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합친 회사다. 신일본주금은 내년 4월 1일부터 ‘일본제철(日本製鉄)'로 사명을 바꾼다. 일본(日本)의 기술과 제품, 일본식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을 구사해 각지의 제철소를 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의 제철소’를 실현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기술혁신 등 장기적 트렌드를 봐가면서 향후 3년 동안 ‘무엇이 가능한 가’를 검토한다고 한다. 특히 올해 경기가 결코 나쁘지 않기 때문에 경제의 상승 파도를 타고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새로운 ‘일본제철’의 전략은 신토 고세이(進藤孝生)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1973년 신일철에 입사한 그는 경제학부 출신의 신일철맨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총무, 경영기획등 관리부문으로 포스코의 최 회장과 비슷하다.
그는 두 개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고교 때부터 유명한 럭비선수였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거칠고 끈질긴 것이 그의 장기라 한다. 그의 철학은 ‘정면돌파’다. 또 하나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라는 점이다. 입사 후 10년 채 못 되어서 유학길에 오른 그는 당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경영학의 귀재 마이클 포터 교수에게서 경영 기법을 배웠다. 그는 이때 기업과 국가경쟁력, 리더십에 대해 많은 지식을 터득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신토 사장의 전략은 포스코에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일본을 강조하는 그의 ‘일본제철’의 전략은 포스코의 ‘제철보국’과 ‘철강정신’을 상기시켜 준다. 최 회장은 차제에 그동안 잊고 있던 ‘포스코=코리아’ 등식을 일깨우며 ‘정면 돌파’의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최 회장이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포스코인이기 때문이다. 1983년 입사한 그는 바닥에서부터 포스코 문화를 익혔고, 지속적으로 혁신경영에 참여해 왔다. 포스코 패밀리에서 혁신마인드 전파의 컨트롤 타워를 지켜왔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은 지난 4년간 철강과잉과 경제 불황을 잘 타고 넘어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출범과 함께 대두된 새로운 무역전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경쟁의 고삐를 조여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신임 최 회장과 신토 사장의 경영 능력이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을 주축으로 하되 신성장산업의 비중을 높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문을 결합하는 형태로 다각경영을 펼칠 것이라 한다. 반면 신일철주금은 국내외 철강업체 인수를 통한 ‘정면 돌파’의 외길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호의 침로(針路)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최 회장의 ‘숨겨진 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