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태평양 지역에 1266억원 신규 투자...중국 견제 본격화하나

2018-07-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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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인프라·자원 개발 등에 1억1300만달러 출연"

미국,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 용어 활용 다각화

"역내 영향력 높이는 중국 견제 목적...구체적 전략 필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로이터]


인도·태평양(Indo-Pacific) 지역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2013년 미·인도 전략 대화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회랑'을 개념화한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을 통해 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역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도전장을 낸 만큼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어 G2(미·중) 간 갈등으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 공식 선포··· 미국 영향력 확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참여를 높일수록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분명해진다"며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인프라와 자원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1억1300만 달러(약 1264억4700만원)를 신규 출연하겠다"고 밝혔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으로 통하는 이 계획의 골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기술과 에너지,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투자금 가운데 2500만 달러(약 279억7500만원)는 미국의 기술 수출 확대에, 5000만 달러(약 559억5000만원)는 에너지 자원 생산 보관 및 사회기반시설 개발 등을 위한 새로운 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당초 인도·태평양은 인도양과 태평양 등 생물지리학적 개념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그러나 인도의 역할을 발판으로 중국의 강대국화를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인도·태평양' 개념을 기존 '아시아·태평양' 개념과 동급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로 2017년 12월 백악관이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도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활용됐다. 기존에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난 5월 31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기존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경제 비전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국의 헌신과 관련, 새로운 시대를 맞는 '지분' 성격"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의 등에도 참석해 이번 계획과 역내 새로운 안전보장 원조 계획 등을 활용, 구애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 '일대일로' 견제 성격··· G2 간 갈등 구도 뚜렷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인프라 지원 등으로 중국의 인도·태평양 역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중국에 대한 견제구 성격을 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조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중국 주도의 '신(新)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에도 역내에서의 중국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계획을 고심해왔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결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배(domination)'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것을 추구하는 어떤 나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유발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역내에서의 중국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발전을 주도하는 몇몇 국가들이 미국의 편에 설 것으로 보이면서 G2 간 갈등 양상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CNBC,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와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투자 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고립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전통 우방인 태평양 국가에서 중국이 막대한 원조를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대해 경계감을 표해온 국가 중 하나다. 

다만 중국의 투자 규모에 비하면 미국의 경제 비전 펀드 규모는 소수에 불과해 경쟁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외교협회(CFR)의 알리사 에이레스 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도 "중국은 파키스탄에만 6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미국 경제 비전의) 1억1300만 달러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정부가 추구할 대상과 지역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전략을 분명히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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