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고 공포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다수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다고 신경보(新京報)가 31일 보도했다.
'AAA 등급을 받기는 어렵고 AA 등급 채권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만연하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 앞서 둥팡위안린(東方園林)이 'AA+' 등급 회사채 발행 실패를 선언하면서 "회사채 발행 환경이 나쁘고 AAA 등급 이하 회사채 유동성도 낮다"는 이유를 댄 것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탄창(潭暢) 중청신(中誠信)연구원 소속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들어 민영기업 중심의 회사채 디폴트 소식이 계속되면서 투자자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난도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AAA 등급 회사채까지 무너지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2014년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AA-이하 등급에 집중돼 있었고 2015년부터 AA+ 등급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AA+, AA, AA- 등급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가 47건에 달했지만 AAA 등급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AAA 등급을 받은 상하이화신(華信)의 올해 만기 채권을 막지 못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신용평가사는 물론 '우량' 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회사채 디폴트 건수와 규모도 상당하다. 윈드에 따르면 올 들어 30일까지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총 31건으로 갚지 못한 돈이 321억2700만 위안(약 5조255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디폴트 총액인 188억2000만 위안을 훌쩍 넘은 것이다. 채권 발행 주체는 총 16곳으로 이 중 70%에 달하는 11곳이 민영기업이었다.
쑤리(蘇莉) 둥팡진청(東方金誠) 선임연구원은 "올해 민영기업 회사채 디폴트가 많은 것은 투자자의 리스크 헤징 심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보증하는 지방 혹은 중앙 소속 국유기업 채권을 선호하기 시작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영기업 상당수가 단기 채권을 발행한다는 점도 디폴트의 이유로 꼽았다. 최근 중국 당국이 '금융 레버리지 축소'를 강조하면서 민영기업의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진 것도 배경 중 하나다.
유동성 부족과 이에 따른 부채위기 확산을 염려한 통화 당국도 행동에 나섰다.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중소기업에 자금 수혈이 가능한 맞춤형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내놨다. 시장은 연내 1~2차례 추가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 19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돈을 풀면서 투입 자금을 활용해 대출 제공 및 회사채 투자를 확대할 것을 시중은행에 지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AA+ 이하의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를 특히 강조했는데 이는 회사채 등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한 이례적인 대응 조치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