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책사' 中 류허 '국유기업 개혁 사령탑'으로

2018-07-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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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 임명…국유기업 개혁 진두지휘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경제정책 전환하는 中

국유기업 민영화 속도낼까

류허 중국 부총리가 26일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에 임명됐다. [사진=바이두]


미·중 무역전쟁 소방수 역할을 맡았던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국유기업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이로써 중국의 국유기업 민영화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전쟁 소방수에서 국유기업 개혁 사령탑으로
국무원은 26일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의 새 조장에 류허 부총리가 임명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중국 핵심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인 류 부총리는 이로써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중소기업발전공작영도소조 조장,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 그리고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이라는 직책을 또 하나 갖게 됐다.

2014년 설립된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는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전체 방향을 설계하고, 국유기업 개혁 난제 등을 해결하는 게 주요 임무다. 

류 부총리가 이끄는 국유기업개혁소조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주요 경제·금융부처의 고위급 관료 14명이 조원으로 참여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인물로, 류 부총리가 비록 미국과의 협상엔 실패했지만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다며 중국 최고지도부의 그에 대한 신뢰는 여전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류허 부총리는 올 들어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격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그는 대표단을 이끌고 두 차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무역협상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고, 미·중 무역전쟁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차 고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류 부총리의 협상 능력이 시장의 의구심을 낳았던 게 사실이다.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경제정책 전환하는 中

사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부총리가 국유기업 개혁 선봉장을 맡은 것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중국경제 체질을 강화하려는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의 경제정책인 '시코노믹스'의 핵심인 공급측 개혁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시 주석과는 학창시절 친구 사이로, 시 주석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임하는 경제정책 전문가다. 

프랑스계 은행 나티시스 고급 이코노미스트 쉬젠웨이는 "미·중 양국간 무역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차라리 국내 경제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는 최근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전환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3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1조3500억 위안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해 인프라 방면에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금융정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인민은행도 온건·중립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대비해 경제성장률을 적정 범위 내로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국유기업 민영화 속도낼까

류 부총리가 국유기업 개혁 사령탑을 맡으면서 향후 중국이 국유기업 민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미·중 통상갈등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은행 대출과 채무 상환 등 방면에서 우대 혜택을 주며 국유기업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을 중단하고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유기업 민영화는 중국 정부가 시도 중인 국유기업 혼합소유제 개혁과 일맥상통한다. 혼합소유제 개혁은 민간기업이 국유기업 투자에 참여하도록 해서 국유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류 부총리는 과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을 맡을 당시 혼합소유제 개혁을 적극 추진한 인물이다. 당시 2016년 9월 한 회의석상에서 그는 "국유기업 독점 구도를 반드시 깨야한다"며 "전력·석유·천연가스·철도·항공·통신·군수 산업 등에 민간자본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국유기업을 더 크고, 더 강하게 키워서 중국 국가대표 기업으로 만드는 데 치중하면서 혼합소유제 개혁은 진척이 더뎠던 게 사실이다. 

미셸 램 소시에테제너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그동안 국유기업 민영화보다는 덩치 큰 국유기업을 중국 국가챔피언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던 게 사실"이라며 "류 부총리가 국유기업 개혁 사령탑을 맡으면 국유기업 민영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류 부총리를 조장으로 하는 새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는 지난 26일 첫 회의에서 국유자본이 통제하는 경영체제 개혁, 혼합소유제 개혁 추진, 국유기업 구조조정, 효율적인 지배구조 완비, 국유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 부패 척결, 금융리스크 예방 등을 국유기업 개혁 중점 과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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