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브랜드 시장이 성수기에 접어들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일부 가맹 본부는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가맹 본부가 기존 점주들과 상의없이 인근 지역에 같은 브랜드 매장을 개점하면서 두 가맹점 간 매출에 영향을 끼치게 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일명 '좀비 프랜차이즈'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부산에 본사를 둔 유명 저가 커피 브랜드인 더벤티의 부산지역 한 가맹점주는 "가맹점으로 운영한 지 3~4년이 되었는데, 인근에 같은 브랜드가 생겨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 놨다.
해당 가맹점주는 "처음에는 하루에 매출이 70~80만원씩 오르는 등 일 매출이 높았다. 그러나 개점한 지 1년 후 인근에 같은 브랜드가 개점하면서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며 "처음 계약 당시에는 인근에 가맹을 개점할 시 기존 점주와 상의하고, 동의를 얻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합의 하에 열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근에 같은 브랜드 가맹점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벤티에 대해 "2014년 02월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오면서 많은 초창기 점주가 '다 점포를 운영하겠다' 며 선점을 원했다. 초창기 가맹점주에게 우선권의 혜택을 줬고 기다린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취지는 다 점포 운영을 원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았고 선점을 원해서 신규점주의 유입을 탄력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더벤티의 한 관계자는 "2017년 4월 정식으로 부산 지역 기존 가맹점주에게 공문을 통해 우선권과 혜택을 줬고, 현재 공백상권에 대한 출점을 호소했으며, 이후 신규 가맹점주의 가맹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더벤티는 직영점 6개점을 제외하면 전국 260개 점이다. 그 중 부산 지역은 67개 점에 달한다. 현재 부산 지역은 타 경쟁브랜들들이 대거 출점해 출혈경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타 브랜드 가맹본부는 가맹점들의 무분별한 출점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에선 각 지역별 가맹 갯수의 임의선을 정해놓고 그 출점수에 다가가면 최초의 가맹조건이 지켜지고 있는지 내부적인 검토를 취하기도 한다. 점주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 브랜드를 일관성있게 관리할 수 있는지 등을 철저히 검토해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한 업체의 경우 국내 한 지역에서 가맹문의가 폭발적이었지만, 최초 25개 점포 정도가 시장의 한계라 산정하고 25개 점포가 오픈되자 그 지역에서 출점을 하지 않는 일명 '크로징'을 선언했다. 단 가맹문의가 오는 점주는 인근 지역 등으로 유도하거나 양도양수가건이 있을 때 그 지역에서 재 오픈을 할 수 있겠끔 점주들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즉, 도시의 구매력, 상권의 분석 등을 면밀히 해 크로징 갯수를 결정하는 게 보통 업계 관례라는 설명이다. 한 지역에 너무 많은 가맹점이 개설될 경우 지역 점주의 수익이 동반 하락되면 '좀비 프랜차이즈'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현재 더벤티는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가맹비 면제, 교육비 면제, 보증비 면제, 머신&그라인더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더벤티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가맹비 500만원, 교육비 150만원(2인기준), 보증금 500만원(가맹 종료 시 반환), 머신 및 그라인더 무상임대(3년기준) 비용 625만원 등 최초 창업비용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맹 개설 시 인테리어 비용(평당)과 그 외 소요되는 가맹비는 프로모션이 없는 경우 33㎡(10평형) 기준으로 인테리어, 외관공사, 냉난방 등 가맹금을 포함하면 평균 7000만원 정도가 창업비용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 가맹점주는 "현재 가게가 7~8평 규모인데, 가게 보증금 2000만원을 포함, 재료비, 인테리어비 등 약 1억1000만원 정도 자본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주의 말 대로라면 보증금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8~9000만원 정도가 창업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본사가 주장하는 33㎡ 규모 개설 시 약 7000만원 정도의 창업비용이 든다는 것과는 다소 대조를 보이고 있어 인테리어 등에서 본사가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해당 점주는 처음 개설 당시 가맹본부 관계자가 수익률이 35%라고 설명해 창업했지만 1km 이내에 같은 브랜드 개설과 타 브랜들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한달에 200만원으로 가족들과 겨우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더벤티 관계자는 "평균적인 매출 수준에서의 평균수익률은 30%가 맞고 현재도 그렇게 안내를 드리고 있다. 하지만 운영형태나 점포 여러 컨디션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 역시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 더벤티는 '저가 커피 브랜드' 열풍으로 전국적으로 가맹점 개설 속도가 엄청나다. 그러다 보니 기존 점주들이 매출 향상을 위해 판촉, 홍보 등을 동시에 폭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판촉과는 도움이 안 되는 브로슈 등을 그냥 떠 안기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혹시나 불이익이 생길까 우려돼서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맹본부 관계자는 "가맹법 및 계약서에 따른 판촉, 홍보, 광고 분담 비율은 가맹본부 50%, 가맹점 전체 50%"라며 "실제로는 가맹본부의 부담률이 훨씬 더 크다. 특히나 작년의 경우 TV CF , 라디오 광고에 소요됐던 약 20억원의 비용은 100% 가맹본부가 부담했다. 현재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진행 중인 광고료 또한 가맹본부의 100% 부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부산에서 영업 중인 해당 업주는 양도·양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매각이 될 때까지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가맹점주는 "대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으로 가족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창업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맹본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우리들의 입장이다"라며 "하루 빨리 양도, 양수 또는 매각되기를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다"고 한숨을 섞어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 관계자는 "본사는 대대적인 혁신 방안을 통해 가맹점의 수익률 하락을 막고 끊임없는 품질개선과 메뉴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에 발 맞춰 나갈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만족이 가맹점의 성공이며 가맹점의 성공이 본사의 성공이다'라는 회사 슬로건처럼 언제나 소비자와 가맹점을 다 같이 만족시키며 상생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