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강세를 띠면서 호황을 누리던 이슬람채권(스쿠크·sukuk) 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상태가 좋아져 스쿠크 발행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올해 국제 유가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에서 65달러로 높여 잡았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 상승세로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 수입이 늘면서 자금 조달 수요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산유국들의 자금 조달처인 스쿠크 시장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스쿠크는 이자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자산 투자 수익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채권이다. 국제 유가가 2014년 중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발행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하던 사우디가 지난해 세계 최대 스쿠크 발행국으로 부상했을 정도다. 이 나라가 지난해 국제시장에서 발행한 스쿠크 규모는 90억 달러에 이른다.
스쿠크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이슬람 금융허브 위상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일기도 했다. 영국이 2013년 비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으로 스쿠크를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 중반부터 급반등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국제 유가를 띄어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감산에 나선 게 유가 반등의 배경이 됐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해 6월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최근 73달러 대로 올라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에 근접했다.
모하메드 다마크 S&P 이슬람 금융 글로벌 책임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한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의 재정상태가 호전된 게 스쿠크 시장의 위축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산유국이 유가 급락세에 맞서 보조금 등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에 나선 것도 한 배경이 됐다.
비단 국제 유가 반등이 아니라도 이슬람 금융시장이 성장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마다 샤리아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 이슬람 금융상품을 둘러싼 기준이 뚜려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