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 낯설고도 화려한 '웃는 남자'의 매력…"조화가 중요해"

2018-07-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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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흥행몰이…화려한 무대와 캐스팅

과한 연출, 캐릭터 특징은 다소 아쉬워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 그윈플렌 역의 박강현(오른쪽)과 조시아나 공작부인 역의 신영숙(가운데),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자. [사진=EMK 제공]


화려하고 화려하다.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본 것 같기도, 인형극을 본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원작(소설)을 동화로 재구성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조금은 낯선 소설 '웃는 남자'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 중 하나다. 주인공 '그윈플렌'의 성장 속에서 17세기 영국의 불평등한 사회상을 꼬집고 있다. 잔혹, 애증, 연민, 허영, 사랑, 행복 등 온갖 심리가 담겼다. 뮤지컬도 주제의식을 같이한다. 책을 완독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딱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힘을 한껏 준 무대는 쉴 새 없이 반짝거린다. 소설은 그윈플렌이 콤프라치코스(중세에 아이들을 인위적으로 기형으로 만들어 판매하던 집단)로부터 버림받은 후 우르수스를 만나기까지의 대장정을 혹독하게 묘사하고 있다. 독자들은 빅토르 위고의 생생한 표현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반면 뮤지컬은 과정을 압축한 것은 물론, 그윈플렌을 위로하듯 신비롭고 잔잔한 배경을 선보인다.

대신 원근감에 힘을 줬다.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에서 콤프라치코스 무리가 자신들의 죄악을 인정하는 장면은 관객들이 비스듬히 배 안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꾸며졌다. 배우들은 앞뒤가 아닌 아래위로 위치해 입체감을 더한다. 2부에서 의회에 입성한 그윈플렌이 앤 여왕과 의원들을 조롱하는 장면 또한 삼각뿔 모양으로 대형이 갖춰져 실재감을 살렸다. 보는 내내 빈틈 없이 꽉 찬 무대를 즐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악사의 '바이올린 연주'는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대사와 넘버를 제외하고는 공연 전개의 8할을 차지한다. 장면이 바뀔 때 혹은 긴장감을 더할 때 등장한다.

배우들은 넘버를 소화하면서 역량을 맘껏 뽐냈다. 동시에 '조화'의 미덕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윈플렌 역의 박강현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데아 역의 이수빈과 맞춘 하모니는 관객들의 청각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주·조연 배우들 모두 솔로와 앙상블에서의 강약 조절이 능수능란했다. 무대도, 캐스팅도 너무 화려해 배우들 간 균형과 조화는 필수다.

다만 배우들의 특징적인 캐릭터 연기에서 이미 검증된 캐릭터들이 자꾸 겹쳐서 아쉬웠다.

그윈플렌의 찢겨진 입이 악당 '조커'를 연상시킨다면, 앤 여왕은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을 떠오르게 한다. 또 귀족 지위를 되찾은 그윈플렌이 신기한 듯 까불 때는 재기발랄한, 철없는 '아마데우스'가 보인다. 이 중 설정값은 '찢겨진 입'뿐이다. 정말이지 앤 여왕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몸짓은 영락 없는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다.

무엇보다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즘말로 '투 머치(Too Much)'다. 제작비가 175억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공연이 끝난 뒤 넘버나 주제보다 강렬한 무대 장치만이 기억에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눈과 귀가 행복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10일 개막 이후 흥행몰이 중이다. 다음 달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어 9월 5일부터 10월 28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아울러 최근에는 일본시장 진출이 확정됐다. 우에다 잇코(上田一豪)가 연출을 맡아 내년 4월 도쿄 소재 닛세이극장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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