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의 글로벌기업 톺아보기] GE 밀어낸 다우 새내기 월그린…아마존 공포 넘어선다

2018-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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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롭게 다우지수에 편입…최근 아마존 의료유통 진출에 주가급락

전문가 "장기간 성장해온 미국 1위의 약국체인의 저력 무시해선 안돼"

[사진=아주경제 DB]


세계 최대의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 Inc)는 미국 다우지수의 새내기다. 다우 출범 당시부터 지수에 이름을 올렸던 '백전노장' 제너럴일렉트릭(GE)을 밀어내고 빈자리를 차지했다. 

다우지수에서는 새 얼굴이지만 월그린 역시 GE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1901년 시카고에 설립된 월그린은 2010년 뉴욕 약국체인 듀안리드(Duane Reade)를 사들이면서 몸집을 키웠다. 2014년에는 유럽 약국체인 부츠-얼라이언스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업계 3위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 매장 2000개 매입을 승인받아 판매망을 1만개 넘게 확대하면서 의약품 유통 및 약국체인 업계의 공룡으로 우뚝 섰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승승장구 월그린 올 들어 2차례 '아마존 쇼크'에 주가 하락

월그린은 미국 공공의료 서비스의 열악한 환경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병원을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병원보다는 약국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에게 정기적으로 처방받는 약의 경우에는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월그린에서 받아 갈 수 있다. 이 밖에도 월그린은 처방이 필요 없이 살 수 있는 약과 일반 소비재를 함께 판매하면서 미국인의 생활에 밀착된 유통업체로 거듭났다. 

월그린은 방문고객당 수익을 최대한 많이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운영경비를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 제고와 매출 증가를 꾀한다. 또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매출이 가장 높아지는 곳에 매장을 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은 과감하게 닫는 전략을 쓴다. 

다우존스지수 산정위원회가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를 같은 달 26일부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산출할 때 GE를 대신해 넣겠다고 발표하면서 월그린의 입지는 더욱 강화했다. 당시 데이비드 블리처 다우존스지수 산정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경제가 변화하면서 컨슈머·금융·헬스케어 및 기술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졌으며, 제조기업들의 중요성은 퇴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월그린이 전국적인 의약품 소매유통 스토어 체인업체로 처방용 의약품에서부터 대체조제(OTC) 의약품, 관련 헬스 서비스 및 일반 소비재들을 판매해 왔다”며 “월그린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되면서 지수는 미국경제에서 소비재 및 헬스케어 부문을 한층 충실하게 대표하게 되었으며, 경제 전체와 주식시장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발표가 난 다음 날인 6월 20일 월그린의 주가는 5.25% 상승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월그린은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친 아마존 쇼크로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우선 지난 1월 아마존은 투자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대형 투자은행 JP모건과 공동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3개 회사는 미국의 헬스케어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관련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 발표에도 견고하던 월그린의 주가는 아마존의 의료계 진출 발표가 나온 1월 30일 당일 5.16%나 하락했다. 이후에도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지난 3월 견고한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잠시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했다.

특히 아마존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포장해 미 전역으로 배송하는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8일 월그린의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하면서 59.70달러까지 곤두박칠쳤다. 처방전약을 판매하는 비중이 높은 월그린의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필팩은 2013년에 설립됐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에게 정시에 정량의 처방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미국 49개 주에서 약품을 배송할 수 있는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주가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공포' 지나치다··· 일부선 저점 매수 기회 목소리도 

월그린의 주가는 19일 기준으로 66.1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에 비해 9% 정도 하락한 것이다. 상반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는 올들어 1.94% 상승했다.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월그린은 지난달 말 100억 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경영진이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예상수익을 기반으로 하면 한때 월그린의 주가수익배율 (PER)은 11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의 주가하락이 지나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진출 소식 때문에 월그린의 주가를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할 때 급락했던 식료품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거의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매체인 시킹 알파에도 '아마존 공포'가 지나치다는 분석 칼럼들이 올라왔다. 시장은 아마존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은 월그린이라는 우량주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아마존 공포가 우량한 기업들의 주가를 급락시킨 예는 많다. 월마트, 베스트바이, 메이시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아마존이 영역을 넓힐 때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생존법을 찾으면서 성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월그린의 주가 역시 연초보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말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회복하면서 다시 60달러 후반대를 향해가고 있다.

모틀리풀은 GE를 밀어내고 우량주로 편입된 월그린의 저력을 얕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월그린은 미국에서 브랜드는 물론이고, 현금보유상황, 보유자원, 경영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 중 하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그린이 확보하고 있는 물류센터는 390여개에 달하며 매년 23만명에 달하는 의사와 건강센터, 병원, 약국 등과 연결돼 있다. 월그린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7억6000만건에 달하는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고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에만 무려 81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RAD와 합할 경우에는 매장이 1만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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