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불면서 최고경영자(CEO)들도 여름휴가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오거나 최장 9일 동안 자리를 비우며 임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휴가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4일부터 나흘간 강원도로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6개월을 쉴 새 없이 달려온 만큼 재충전 기회를 갖겠다는 취지다.
나머지 CEO들은 대부분 8월초에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국내에서 책을 보며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농협금융에서 임원이 4일 이상 휴가를 쓰는 것은 이례적으로 알려졌다. 앞뒤로 붙은 주말까지 포함하면 총 9일간 쉰다.
4월 말 취임해 현안 파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김 회장은 이번 휴가를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임직원들에게도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집중해서 일해야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며 영업일 기준 5일 이상 휴가를 쓸 것을 당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난다. 서울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다음달 1일 창립기념 행사를 챙긴 뒤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동안 여름휴가를 다녀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은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국내외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CEO들이 1~2일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워라밸 문화가 정착하면서 '충분한 휴식과 자기계발이 일 잘하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