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4차 산업혁명과 화장품

2018-07-1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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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근 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장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딩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이런 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해 모든 제품·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4차 산업혁명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산업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를 화장품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화장품은 의약품과 달리 효능 외에도 디자인, 사용감, 향료 등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고, 소비자 선호도도 다양하다. 필연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런 화장품 산업의 특징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공장 자동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연관시키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화장품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를 어떻게 활용해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현재 화장품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 고민의 결과가 화장품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장품에 접목된 사례 중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각종 언론에 회자된 것은 ‘유전체 분석’과 ‘3D 프린터’다. 유전체 분석의 경우,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고유의 형질을 분석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더욱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해당 기술의 특징이다. DIY(Do It Yourself), 즉 맞춤형화장품법 신설에 따라 유전체 분석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전체 분석이 화장품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유전체 분석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고유한 유전적 성질을 물려받는다. 이것이 선천적 유전성이다. 선천적으로 피부 탄력이 좋은 사람, 피부가 투명한 사람 등 ‘피부는 타고난다’는 배경이 바로 이 유전성이다.

반면, 살아가면서 외부환경과 담배, 술,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에 의해 타고난 유전적 성질이 변한다는 것이 후성적 유전학이다. 벌이 태어날 때는 동일한 애벌레이지만 로열젤리를 먹은 벌은 여왕벌이 되고 그러지 못한 벌은 일벌이 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화장품 산업에서는 이러한 유전체의 특성을 이용해 타고난 유전적 강점을 잘 관리하고, 후성적 특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모델을 도입하고자 한다.

즉, 유전자 키트를 이용해 자신의 유전적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피부에 맞는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해 좀 더 집중적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것이다. 다만 수십만, 수백만의 소비자에게 각기 다른 화장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류, 생산 효율성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류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를 통해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를 분류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화장품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계속해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면서 더욱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게 된다.

3D 프린터는 기존 화장품 설비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섬세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3D 프린터는 이미 드론, 자동차 엔진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을 화장품의 다양한 구조적 설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장미꽃잎, 녹차잎, 캐모마일 등의 다양한 천연 색상과 모양, 그리고 효능을 그대로 가진 립스틱, 파운데이션, 에센스를 구현하는 등 획기적인 화장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렇듯 유전자 분석과 3D 프린터를 통해 본인 피부를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의 피부 질환을 예측하며,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과 감성까지 만족시켜 준다면,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화장품을 만나볼 수 있는 진정한 맞춤형 화장품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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