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1998 프랑스 월드컵. 지네딘 지단이 이끌던 프랑스는 결승전에서 현란한 개인기의 ‘삼바 축구’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프랑스 앞에는 ‘아트 사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당시 프랑스는 우승 문턱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 프랑스를 괴롭힌 건 준결승에서 만난 ‘돌풍의 주역’ 크로아티아였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뒤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된 크로아티아는 5년 뒤 프랑스 대회에 처음 출전해 4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크로아티아는 8강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3-0으로 완파하며 기세가 등등했다.
엇갈린 운명을 맞은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20년 만에 다시 격돌한다. 이번엔 준결승이 아닌 결승 무대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는 16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리턴 매치’를 벌인다.
프랑스는 11일 4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황금세대’ 벨기에를 1-0으로 잠재우고 결승에 안착했다. 프랑스는 ‘1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와 폴 포그바 등 젊음과 스피드를 앞세워 결승까지 쾌속 질주했다.
크로아티아도 12일 준결승전에서 우승후보로 떠오른 잉글랜드를 연장 끝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루카 모드리치와 마리오 만주키치, 이반 라키티치 등 마지막 ‘황금세대’가 주축인 크로아티아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다시 맞붙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최대 변수는 체력이다. 결승까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적은 프랑스가 유리하다. 준결승전도 크로아티아보다 하루 먼저 치렀고, 심지어 더 젊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16강부터 8강, 4강까지 모두 연장 혈투를 치른 끝에 결승에 올랐다.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고 결승에 오른 건 월드컵 역사상 크로아티아가 최초다. 주축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전에서도 선수 교체도 거부하며 투혼을 불사르는 등 어느 때보다 정신력이 강하다.
한편 결승전에 앞서 14일 오후 11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아쉽게 결승행이 좌절된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3-4위전이 열린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이번 대회 G조에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맞붙어 벨기에가 1-0으로 이겼다. 잉글랜드가 설욕전에 나선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대회 우승 이후 52년 만의 우승 도전은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벨기에도 1986년 멕시코 대회 4위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도전한다. 또 두 팀의 맞대결에선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해리 케인(잉글랜드‧6골)과 로멜루 루카쿠(벨기에‧4골)의 득점 대결도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