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최소 67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피해 복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풍 '마리아'가 북상하고 있어 주요 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 등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8일 비상재해대책본부(이하 본부)를 설치하고 물폭탄 피해를 입은 서부 지역을 격심재해 지역으로 지정한 뒤 피해를 입은 지자체에 대한 경제 지원 등을 논의했다. 본부는 재해 대책 기본법에 따라 일본 총리가 임시 설치할 수 있다. 자연재해로 본부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16년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이후 처음이다.
서부 지역이 물폭탄으로 신음하는 사이 7일 밤에는 일본 동부 지바(千葉) 현 인근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도쿄에서 흔들림이 감지되는 수준이었으나 쓰나미(지진해일) 등의 피해는 없었다고 일본 기상청은 전했다.
다만 NHK에 따르면 지바 현 일대에서 '슬로 슬립(slow slip)'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슬로 슬립은 지하 플레이트의 경계가 서서히 어긋나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인 지진보다는 느린 속도로 진행되지만 거대 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일으킨 원인으로도 꼽힌다.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태풍 8호 '마리아'가 일본 쪽으로 북상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높인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마리아가 10~11일께 일본 남부 오키나와 쪽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푹풍과 해일, 호우 등의 재해 우려에 따라 '특별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쓰비시, 마쓰다, 닛산자동차 등 직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폭우와 태풍 예보 등으로 도로 통행이 금지되면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런 조치가 장기화되면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