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당긴 방아쇠에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전면전이 시작됐다. 미국이 6일(현지시간) 예고대로 34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같은 규모의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했다. 이와 동시에 무역전쟁의 '책임' 미국에 있다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의 6일 밤(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301조'를 기반한 조사를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을 WTO에 추가 제소했다.
중국 관영언론 등은 앞서 "미국이 WTO 등 무역기구와 다자무역 속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고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제도적 보너스, 이익을 얻은 것은 미국"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중국은 지난 4월 4일에도 중국에 대한 징세를 문제 삼아 미국을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중국-중·동유럽 정상회의(CEEC)' 참석차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찾은 리 총리는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의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무역전쟁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그 누구도 무역전쟁의 승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도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이 무역전쟁을 주도하지는 않겠지만 상대국이 일방주의, 관세부과 등으로 공격한다면 중국도 마땅히 상응하는 보복에 나서겠다"면서 "이는 중국 자체 이익을 수호하고 또 WTO의 권위와 효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안이 발효된 직후인 6일 오후 12시 5분께(중국 현지시간)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세계 경제사에 있어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전쟁을 일으켰다"면서 "중국은 원하지 않으나 이미 벌어진 전쟁에는 대응할 것이며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과 다자체제를 함께 지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관세공격을 일삼아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중국은 세계와의 연대와 경제협력 강화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등장한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강조하고 '경제 세계화',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유발한 후 양국이 소통을 시도했고 중국은 이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명확했고 이는 미국도 알고 있었던 일"이라며 추가로 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앞서 관영언론이 "중국은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미국이 공격을 감행한 만큼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정책인 '중국제조 2025' 등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강경함을 더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하이테크 강국 도약을 원하는 중국은 이와 관련해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이자 미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환구시보는 6일 오후 '워싱턴의 무역패권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제하의 사평을 게재하고 "미국이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기고 중국이 보복하면 5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중국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파괴할 수 있어 결국 미국은 세계 무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세계의 반대와 중국의 반격이 가져올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민일보도 7일 논평을 통해 "미국이 무역전쟁을 먼저 시작했고 중국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며 "중국의 반격은 정당방위"라고 밝혔다. 미국이 WTO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의 이익, 세계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체제를 위협했다면서 "미국은 자신의 무역패권주의가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 당국과 언론, 경제 전문가까지 "중국은 충격을 감당할 수 있고 반격할 수 있다"고 물러서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중국에 상당한 '타격'으로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난관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2012년 집권 후 막강한 권력 기반을 구축하고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을 꿈꿔온 시 주석이 역대 가장 큰 도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이 대규모로 장기간 지속되면 중국 경제와 금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국제 무대에서의 중국의 입장이 수정될 수 있다는 것. 경기침체가 정권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