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6월 들어서 위안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면서 중국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위안화가 본격적으로 약세 행진을 보인 지난 2주간 홍콩 거래소에서 중국 3대 항공사 시가총액 13조원이 증발한 것.
◆2주새 항공株 20% 넘게 폭락
일반적으로 항공업은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류비나 항공기 구매 리스 비용 등을 달러를 기본으로 지급하고 있어 자국통화가 약세면 더 많은 액수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항공사 주가가 폭락한 이유다.
위안화 약세로 항공사가 보유한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이자 부담도 가중될 예정이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이 보유한 미국 달러화 채권은 210억 달러, 남방항공과 동방항공도 각각 180억 달러, 110억 달러에 달한다.
◆6월 들어 가파른 하락세··· 장중 6.6위안 선도 붕괴
최근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6월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민은행은 27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올 들어 최저치인 6.556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전거래일 대비 0.6% 평가절하된 것으로, 이로써 위안화는 6거래일 연속 절하행진을 이어갔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최고점 대비 4.4% 넘게 하락한 상태로, 올 한 해 상승분을 이미 모두 반납하고도 0.35% 더 떨어졌다.
역내·외 외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7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장중 6.6위안 선도 붕괴됐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위안화 환율은 6월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약 2.6% 올랐다(위안화 약세). 역외 외환시장에서도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장중 6.6위안 선이 무너졌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와 비교해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24개국 통화 환율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CFETS 위안화 환율 지수'도 이날 올 3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달러당 6.7위안 선까지 내려앉나···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통상갈등이 더 악화되면 위안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 만큼 위안화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며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시장 정세를 살펴보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최고 6.7위안 선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상하이 상업은행 연구부 책임자 린쥔훙(林俊泓)은 미·중 무역마찰과 중국 지준율 인하 영향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6위안 선까지 떨어지기 전까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7월엔 위안화가 달러당 6.65위안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스(程實) 공상은행 국제 수석 경제학자는 연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최고 6.7위안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미·중 무역전쟁 방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5% 하락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0.4% 포인트(P)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자본 이탈을 부추기고 수입물가 상승, 소비구매력 감소를 촉발시킬 수 있다. 이에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수입 관세 인하, 대규모 감세 조치를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