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급증, 위안화 가치 하락까지··· 올 하반기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가 산더미다. 중국 정부는 올 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5% 달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하반기 중국 경제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최대 위협은 무역전쟁···경제성장률 0.5%P 깎아먹을 수도
왕이밍(王一鳴)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은 23일 중국 인민대학교에서 열린 거시경제보고서 발표회에서 "올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7~6.8%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불확실성 요소가 늘어나 하반기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차이신망이 보도했다.
그는 가장 큰 외부환경 불확실 요소는 미·중 무역마찰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500억 달러 관세부과가 중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테지만 시장의 심리나 공급망 조정 등에 여파가 비교적 커서 주식 채권시장에 파급될 것으로 왕 부주임은 내다봤다.
싱쯔창(邢自强)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에 500억 달러어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전체 수출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8%, 0.1% 포인트(P)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한층 더 고조돼 미국이 2000억~4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중국 경제성장률을 0.3~0.5%P 끌어내릴 것이고, 이로써 중국의 올 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5%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각 금융기관은 대체적으로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 6.8%에서 0.1%P 둔화한 6.7%로 전망하며, 하반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둔화한 6.5~6.6% 남짓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레버리징 해야 하지만···통화 완화로 기우는 인민은행
이는 가뜩이나 중국 지도부의 ‘부채와의 전쟁’으로 위축된 실물경제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올 들어 중국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경제는 이미 심각한 유동성 압박,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 등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지난 5월 소비·투자·생산 지표는 일제히 예상치를 밑돌며 중국 경제성장 동력이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국가통계국은 "하반기 중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경기 하락 가능성은 없다"며 "올 한해 중국 경제성장률 6.5% 목표치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경기둔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인민은행이 올 들어 세 차례 맞춤형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중국도 금리를 올려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하지만 디레버리징에 따른 시중 자금 위축으로 실물경제 지표가 둔화하고 기업 디폴트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통화 긴축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은 인민은행이 올 하반기에도 1~2차례 추가로 맞춤형 지준율을 인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본이탈 막아라" 시장개방 '속도'
미국발 금리인상, 통상갈등 속 중국이 통화완화 기조로 선회하면 중국 내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실제로 위안화 환율은 벌써부터 불안한 양상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중국 지준율 인하까지 겹치며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 27일까지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화 대비 10거래일 연속 상승세(위안화 가치 하락)를 이어갔다. 4년래 최장 약세행진이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27일 장중 올 들어 최고치인 달러당 6.6위안까지 치솟았다.
인민은행도 27일까지 위안화 가치를 6거래일 연속 미국 달러화에 대해 절하시켰다. 27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6.5569위안으로,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초 최고점 대비 4% 넘게 떨어지며 석달새 올 들어 상승분을 몽땅 까먹은 셈이 됐다.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통상갈등이 더 악화되면 향후 위안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 만큼 위안화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자본 이탈을 부추기고 수입물가 상승, 소비구매력 감소를 촉발시킨다. 이에 맞서 중국이 대응카드로 내놓는 게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수입 관세 인하, 대규모 감세 조치다.
중국은 올 하반기부터 은행 자산운용사의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을 없애고, 증권·보험사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도 51%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외국인 기관투자자에 대한 차익송금 한도나 보호예수 기간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밖에 중국은 이달 안으로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해 에너지·자원, 교통·물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할 예정이다.
7월부터 자동차를 비롯해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 의류, 화장품, 의약품 등 방면에서 수입품 관세도 최대 65%까지 대폭 인하한다. 또 한국, 인도, 스리랑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수입하는 대두(콩) 관세를 모두 없앤다.
중국은 올 들어 감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기업에 적용하는 부가가치 세율을 1%P 낮추고, 중소기업 과세소득액 상한선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 세금 부담을 덜고 있다. 또 올해 안으로 개인소득세를 개편해 내수를 진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