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터키가 사상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른다. 21세기 술탄을 꿈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통해 권력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FP와 BBC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터키가 지난해 4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처음 치르는 것이다. 원래 대선은 2019년 11월이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재집권을 위해 선거 일정을 1년 반이나 앞당겼다.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정된 헌법에 따라 장관 임명, 국회 해선, 대통령령 행사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 만큼 권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서방 주요 매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15년 만에 가장 어려운 선거를 눈앞에 두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7월 발생한 쿠데타 후 비판 세력을 탄압하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최근 터키 리라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 수준에 머물며 인플레가 두 자릿수로 뛰어오르는 등 경제 악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는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의 무하렘 인제 후보다. ‘달라진 터키’를 약속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에르도안의 대항마로 부상한 인제 후보는 23일 집회에 수십만 명의 지지자들을 운집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인제 후보의 돌풍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앤서니 스키너 MENA 헤드는 AFP에 “인제 후보의 재치와 진실성, 에르도안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 능력, 터키 국민들과의 연대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 소재 빌기대학교의 일터 투란 정치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선거는 흥미진진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누가 이길지 모른다. 여론조사보다 훨씬 박빙의 승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제 후보의 위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터키 매체들은 친정권 성향의 기사들을 쏟아내며 에르도안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공영 뉴스채널 TRT하버의 경우 인제 후보의 집회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