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 받으며 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두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던 신흥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7월물 구리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대비 2.67% 하락한 파운드당 3.1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대 규모 구리 소비국인 중국이 무역 전쟁의 중심에 놓이면서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인 구리 가격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소식이 나오면서 농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6일 기준 대두 선물 가격은 2.48% 하락한 904.25달러를 기록,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ABC뉴스는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자로 매년 약 160억 달러어치를 선적하고 있다"며 "대두와 함께 옥수수와 밀 등 원자재 선물 가격도 연쇄적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미국 철강 지수가 약 2.5% 하락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7% 떨어진 65.06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3.29% 떨어진 73.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증시의 주요 지수도 줄줄이 하락했다. 1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84.83포인트(0.34%) 떨어진 2만5090.4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범유럽지수인 유로Stoxx도 전날 대비 1% 가까이 떨어졌다.
세계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전 세계 교역량이 연쇄적으로 감소하면서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통화 가치 하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 하방 우려를 낳았던 신흥국과 별개로 세계 경제 둔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중국 이외에 다른 국가들도 관세 폭탄으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상대국이 보복 관세 조치를 내놓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 세계 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일으킨 무역 갈등의 거시적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영향을 받을 유럽과 캐나다 등이 보복에 나서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6일 보도를 통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모든 주요 국가들이 조화롭게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바람이 부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대규모 적대 행위의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조지 제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금속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수석 경제학자인 마리 오언스 톰슨은 "보호무역주의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세계 경제에 대한 실존적 위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