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운·조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해사(해양안전)산업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 국제 흐름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국제협약을 잘 이행했지만, 앞으로 급변하는 해운‧조선 시장에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IMO 44번째 회원국···이제는 해운강국으로 두각
지난해 12월 한국은 A그룹 이사국에 9번 연속 재선출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해운‧조선 분야의 글로벌 리더 국가로, 지위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A그룹은 주요 해운국 가운데 10개국만 들어갈 수 있다. 이외에 B그룹(주요 화주국) 이사국 10개국, C그룹(지역 대표국) 이사국 20개국 등으로 구성된다.
임 사무총장은 “사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IMO의 4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할 당시만 해도, 많은 국가로부터 원조를 받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해운·조선 분야 해양강국으로, 1991년 11월 IMO C그룹 이사국에 선출된 후 30여년간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해운산업, 세계 2위의 조선산업과 준 선진국의 경제력을 인정받아 C그룹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2000년 초기에는 실질 지배선대규모 세계 8위, 세계 1위 조선강국이라는 것을 내세워 2001년 11월 A그룹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이사국 선출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1999년 IOPC FUND 집행위원회 의장 수행을 시작으로 △법률위원회 의장 △기국협약준수전문위원회 의장 △기술협력위원회 부의장 등 다양한 IMO회의체 의장단으로 활동했다.
임 사무총장은 “2009~2016년 IMO 기금별로 기여한 총액이 1068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재정기여도 선진국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의제문제 제출 실적면에서도 최근 3년간 평균 35건에 달할 정도로, 기술적 이슈에서부터 정책적 사안까지 세계 해사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임 사무총장이 IMO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해운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IMO가 관장하는 국제협약은 해운·조선 산업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12월에 채택된 IMO 신(新)전략계획에서는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자율운항선박 등 신기술 도입,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를 담았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해운·조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해사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해사산업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양환경보호 규제강화를 신산업 창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해운·조선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해사산업 분야의 세계시장 선점과 신산업 창출에 관한 주도권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국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 해운업계는 장기간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여력 부족 탓에, 산업계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해사산업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임 사무총장의 발언은 △이내비게이션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선박기술 등 신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 투자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 연구기관에 의한 전략적인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국제적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의 산·학·연·관 협력체제를 구축해 IMO 주요 국제협약 및 각종 회의체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IMO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반환점 돈 임기···IMO 방향성 정립에 역점
IMO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다. 2016년 1월에 임기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임기 절반을 조금 넘긴 셈이다. 반환점을 돈 임 사무총장은 앞으로의 임기 중에도 IMO 역할과 방향성 정립에 중점을 두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임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당선 초기부터 한국인 최초 IMO 사무총장에 대한 해사산업계의 큰 기대가 있었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재임 기간 동안, 역점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IMO와 회원국이 항상 고민한 문제는 ‘어떻게 범세계적으로 협약의 이행수준을 높이냐‘하는 것”이라며 “IMO는 나날이 발전하는 다양한 첨단기술이 해운·조선 산업에 원활히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선제적인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사무총장은 이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 IMO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전략적으로 이행하는 데 역점을 뒀다.
사무총장으로서 IMO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전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온 한해로 2017년을 기억하는 이유다.
그는 “고민과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12월 제30차 총회에서 2018-2023 기간 IMO 신전략계획이 채택될 수 있었다”며 “현재의 트렌드와 당면과제를 분석,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IMO가 집중할 7개 분야에 대한 전략방향(SD)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임기 동안 △기술협력(SD1) △이내비게이션과 같은 신기술 도입(SD2) △해운분야 온실가스 감축(SD3) △해적 퇴치(SD5) 등의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해양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IMO는 2006년 이내비게이션 도입을 결정했는데, 내년까지 기준 마련 후 2020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출항준비부터 입항까지 선박 운항의 모든 단계에 걸쳐 실시간 해양안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선박운항 모니터링을 통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박운항 지원도 기대된다.
임 사무총장은 “선박 내 다양한 항법시스템을 표준화해 전자해도 화면에 연계, 항해사가 안전항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항해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기존에 시행하던 해상무선통신체계를 현대화(디지털화)하고, 육상통신 기술과 인프라(LTE)를 해상에 활용해 해상 통신장벽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운항 선박의 경우, 2010년대부터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핵심기술, 안전지침 등 개발에 대한 연구·논의가 진행됐다.
IMO는 제98차 해사안전위원회에서 자율운항 선박 운용과 관련된 규정 마련을 위한 신규 작업과제를 채택했다. 자율운항 선박 운용을 방해하거나 적용할 수 없는 현행 IMO규정부터 검토해 새로운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임 사무총장이 남은 임기 동안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분야 중 하나가 ‘해양환경’이다.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선박 온실가스의 연간 총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지난 4월에 IMO 선박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을 채택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치 등은 향후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면서도 "선박 추진용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비화석(非化石) 청정연료로 바꾸는 등 큰 변환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중생물 이동에 따른 해양 생태계 교란방지를 위해 선박평형수관리협약도 발효, 2024년까지 선박 검사시기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선박평형수처리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해양 플라스틱 관리·처리 등 해양환경 분야가 IMO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O는 해양 정책의 출발점···정부와 업계 관심 필요
IMO는 세계 173개 나라가 가입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선박과 관련한 안전 및 해양오염 방지, 보안 등에 관한 국제협약 제‧개정을 담당한다.
국제협약의 세계적인 이행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전문적이고 유일한 국제기구이자, 회원국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인 셈이다.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선박 및 항해 조건 확보를 위해 △선박 항해 안전 △구조 △구명설비와 관련된 세계적인 공통 규정 제정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대형 해양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해운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정부간 국제기구와 해사자문기구 필요성을 인식해 1948년 유엔 해사회의에서 정부간 해사자문기구(IMCO) 설립협약이 채택됐다. 이어 1959년 IMCO가 설립됐다.
이후 해사분야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IMCO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1982년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라는 정식 명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임 사무총장은 “설립 배경에서도 볼 수 있듯이, IMO는 해사 분야에서 회원국 간 세계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IMO가 수행하는 이런 일들이 궁극적으로 해상의 안전 확보 및 해양환경 보호뿐 아니라, 해상운송·교역활동 증진에 기여한다는 것이 IMO가 갖는 의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IMO를 구성하는 회의체로는 173개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와 40개국으로 구성돼 작업계획과 예산을 심의하는 이사회, 각종 국제협약을 검토·제정하기 위한 5개 위원회가 있다.
여기에 5개 위원회가 정하는 국제기준을 사전에 검토하는 7개의 전문위원회가 있다. 또 IMO는 유엔 산하 전문 국제기구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사무국을 두고 있다.
IMO는 선박의 안전, 해양오염 방지 및 해상 보안 등에 관한 60여개 협약 및 관련 결의서 1950여종을 관장한다.
임 사무총장은 “IMO에서 체결되는 국가간 협약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행정적 △사회적 측면에서 해운·조선 산업을 비롯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국제협약이 제·개정되면 국제협약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산업계가 직접 부담해야 할 설치비용과 인건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IMO는 각종 국제협약을 제정, 1981년부터 2013년까지 33년간 해운·조선 산업 등 우리나라 경제에 152조원가량의 경제적 영향을 미쳤다.
임 사무총장은 “IMO에서 논의되는 각종 국제기준 제·개정은 해운·조선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향후 △이내비게이션 도입 △선박평형수처리설비 강제화 △온실가스 규제 등은 전통적인 조선·기자재 산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해사분야 신산업 창출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1956년 ▲경남 마산 ▲마산고 ▲한국해양대 ▲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세계해사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한국해양대 대학원 해사법 박사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 ▲해양수산부 홍보관리관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국토해양부 해양안전심판원장 ▲제4대 부산항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