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은 신한·KB 등 다른 금융그룹과 진검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미다.
4년 전 스스로 지주사 체계를 포기했던 우리은행이 부활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열사로 가지고 있지 않은 금융투자·보험·부동산신탁업 등 다른 금융권역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여 향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 스스로 해체했던 지주사 체계 다시 부활…M&A 1순위 목표는 증권사
우리금융지주는 IMF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12조8000억원)이 투입된 상업·한일은행과 평화·광주·경남은행 그리고 하나로종합금융이 통합돼 2001년 4월 탄생했다. 이후 대주주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10여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2013년 지방은행·증권패키지·우리은행 등 3개 그룹으로 분리 매각이 추진된 결과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매각에 성공했다.
당시까지 존속했던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돼, 지주사 체계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계열사 매각 이후 은행 하나만으로는 다른 금융그룹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았고, 결국 이번에 정부와 협의를 거쳐 다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이 과거 우리금융지주가 영위하던 금융권역에 다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시 한 번 금융그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매각된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과 DGB생명(옛 우리아비바생명)의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금융투자·보험권역에서 대규모 M&A를 시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리은행은 계열사로 우리종합금융을 보유하고 있어, 별도의 증권사 M&A가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우리종금을 다른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와 경쟁할 만큼 육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삼성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를 M&A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기존 우리은행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소다. 고객 자산가나 기업 등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대부분 금융지주 계열 은행·증권사는 복합점포를 확대하는 등 시너지 확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 보험사 인수는 소극적…과거 우리아비바생명 기억 탓?
반면 우리은행은 보험업권 쪽으로는 진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으로 대부분 보험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는 등 인수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보험사를 인수하더라도 곧 이어 자본확충에 돈을 써야할 시점이다. 전체적인 인수 부담을 따져보면 만만치 않다.
인수 이후 시너지 측면도 불명확하다. 우리은행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방카슈랑스 영업에서 가장 크게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영업은 '25%룰'에 묶여 한계가 있다. 방카슈랑스 25%룰이란 은행 등 판매회사가 한 보험사의 상품을 전체 매출의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실제 우리은행은 과거 우리아비바생명과도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2008년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아비바생명을 재출범 시키면서 보험업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아비바생명은 출범 첫해 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매각 직전 적자로 떨어지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관리가 미흡해 110% 내외의 손해율을 개선하지 못했다.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180%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험사는 다양한 규제가 있어 인수하기는 시기상조인 부분이 있으며, 자산운용사나 부동산신탁사 등 소규모 매물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과거 우리아비바생명과도 시너지를 내지 못한 기억이 있어 보험사를 인수하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면 과거 우리투자증권과는 시너지가 좋았기에 다시 증권사를 인수하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