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제품 판매가 늘어난 탓이다. 반면 운송장비와 음식·숙박업은 뒷걸음질 쳤다. 북미 시장 둔화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영향이 컸다.
28일 한국은행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자산 120억원 이상) 2만3145개의 지난해 경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은 전년보다 9.9% 늘었다. 증가율로 보면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기계·전기전자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6년 -1.8%에서 지난해 18.6%로 크게 늘었다. 또 유가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르면서 석유·화학의 매출 증가율도 -2.9%에서 14.5%로 플러스(+) 전환했다. 또 금속제품은 -2.05%에서 12.51%로 크게 개선됐다. 환경규제로 중국산 철강제품의 생산 및 수입이 줄면서 국내산 제품에 대한 대체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이외에도 아파트 분양 증가에 따라 건설이 5.9%에서 11.7%, 편의점·온라인판매 성장으로 도소매업은 2.7%에서 10.1%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국산 자동차가 북미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운송장비업종은 2016년 -2.61%에서 지난해 -5.11%로 매출감소율이 확대됐고, 숙박음식업도 사드보복으로 7.94%에서 4.84%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반도체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5%, 제조업에선 39.4%에 달했다. 전체 산업 영업이익의 4분의 1이 반도체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매출액으로는 전체 산업의 11.4%, 제조업에선 13.3%였다.
또 전체 산업 매출액 증가율(9.9%) 중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의 기여도는 3.3%포인트로 집계됐다.
매출액이 늘면서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6.5%에서 8.4%로, 비제조업은 5.7%에서 5.9%로 각각 증가했다. 이외에도 전체 산업의 부채비율은 92.3%로 작년보다 5.9%포인트 하락했으며 부채비율이 0% 미만인 자본잠식 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한 7.8%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