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현대도 같이 재건축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여기는 9월 중 입주해요." (삼호가든 4차 공사장 관계자)
지난 주말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아파트의 바로 맞은편과 옆은 삼호가든 4차(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변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아파트는 반포현대가 유일했다. 주민들은 "일대에서 가장 싼 아파트인 반포현대만 막대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물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 "이럴 바엔 재건축 안 하는 게 낫다"
반포현대에서 수십 년 간 거주 중인 한 조합원은 정책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주변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며 "단지 특성 등 다방면의 고려 없이 시기를 잘라 누구는 부담금을 내고 누구는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포현대의 조합원들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담금이 16배 이상 나오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조합이 처음 서초구에 제시한 준공시점의 조합원분 아파트 공시가격은 12억3000만원(전용 84㎡ 기준)이었고 이후 수정한 가격은 13억5000만원이었다. 반면 정부는 14억2000만원으로 가격을 추정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반포리체 가격이 19억원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반포현대 조합에서 산정한 금액이 낮긴 하다"면서도 "바로 앞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을 피하고 수억원을 버는데 본인들은 억대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하니 억울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조합원은 가구당 1억4000만원을 일괄 적용할 게 아니라 추후 아파트 면적 등을 고려해 개별 가구가 내는 부담금 규모를 달리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향후 준공이 나면 조합에 부담금 총액을 부과한다"며 "부담금을 내는 방식은 조합이 알아서 정해 관리처분계획에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 폭풍전야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쳐 재초환을 피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와 달리, 재초환 적용대상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는 말 그대로 '폭풍전야'였다. 3주구는 당장 오는 6월 시공사를 선정한 뒤, 부담금 산정 단계를 밟는다.
부담금과 관련한 질문에 거주민들은 "지켜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답을 피했지만, 부담금 규모를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3주구 한 조합원은 "부담금이나 분담금은 나와 봐야 아는 거니 우선은 다들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며 "기다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부담금 액수 나오면 총회서 재건축을 할지 말지 여부를 판가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정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부담금 폭탄은 계속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반포현대 부담금 규모는 법과 업무 매뉴얼에 따라 산정한 것"이라며 "예정액이므로 준공 뒤 부담금 규모가 소폭 바뀔 수 있으나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산정방식 자체는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3주구 호가는 벌써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전용 72㎡에 대한 매매 호가는 올해 초 19억원대에서 최근 17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된 만큼 가격은 추후 더 하락할 전망이다.
실제로 투자 문의는 아예 사라졌다. 서초구 반포동 B중개업소 대표는 3주구와 관련해 "재초환을 피하지 못해 가뜩이나 문의가 줄었는데 부담금 폭탄이 나온 뒤부터는 아예 단절됐다"며 "주택 시장이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