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이른바 '미래핵'을 포기한 데 이어 '과거핵'과 '현재핵'까지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북·미 간 비핵화 및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에 공감하면서도,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지속해 왔다.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단계별·동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북한과 포괄적 핵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접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다뤄야 할 카드는 총 3가지다. 우선 무기체계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 분열 물질 △조립·완성된 핵 탄두 △핵 탄두를 실어나를 탄도미사일 등이다.
핵의 경우 현재 완전한 핵무기인 '과거핵'과 현재 생산 중인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인 '현재핵', 향후 핵무기 개발·고도화를 통한 핵·미사일 실험 등 '미래핵'으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시작될 경우, '현재핵'과 '과거핵' 폐기에 대한 절차와 방법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가 협상을 통해 일괄타결에 합의해도, 실제 비핵화 과정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핵 프로그램 중단과 폐기, 완제품 형태로 보유한 핵무기 폐기를 위해선 먼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북한으로 파견돼 검증·사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핵 관련 시설 신고 및 폐쇄·불능화·폐기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북핵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첫 시험대가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영구 불능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추가 검증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핵개발을 재개했다. 이는 결국 핵 보유로 이어졌다.
북한의 '현재핵'과 '과거핵'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 따르면, 북한은 그간 생산한 핵분열 물질로 ICBM 등의 운반체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최대 60기까지 제작할 수 있다. 또 탄도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미 군사분야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2016년 말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33kg, 고농축 우라늄(HEU)을 175~645kg 보유했다. 핵탄두도 13개에서 30개까지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양이 발표하는 기관마다 제각각인 이유는 명확하다. 대략적인 추정조차 할 수 없는 탓이다.
이에 따라 실제 협상에서 핵물질 및 핵탄두와 함께, 이른바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도 비중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