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전화 통화를 갖고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에 따른 대책과 북미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리비아식 해법', '대량살상무기(WMD)가 포함된 PVID' 등 비핵화 방식에 강력 반발한 데 대해 대응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볼턴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거론하며 "오늘 아침 나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고 우리는 이러한 의견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한다면 (미국의) 전임 정부처럼 그런 북한과 끝없는 논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력 반발에 미국 백악관은 한발 물러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리비아 모델이 미국의 공식 방침인지, 볼턴 보좌관만 이를 주장하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러한 견해(리비아식 해법)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비핵화 해법)이 작동되는 방식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며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라며 "정상회담 개최에 여전히 희망적이며 대통령은 힘든 협상에 매우 익숙하고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1시간 가량 NSC 상임위 회의를 주재했다. NSC 상임위는 정 실장을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상철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이 참석 멤버다.
NSC 상임위는 통상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개최되지만 이날은 참석 장관들의 국회 일정에 따라 오전으로 앞당겨졌다.
청와대는 이날 NSC 상임위 결과 서면 브리핑을 통해 "NSC 상임위 위원들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남북 고위급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NSC 상임위원들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한미 간, 남북 간 입장조율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 6·15 공동행사 준비 등 향후 남북관계 일정들 역시 판문점선언 합의 정신에 따라 차질없이 이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 핫라인 통화와 관련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전날 국회 강연에서 한미정상회담 전 핫라인 통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되지 않으면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저희가 별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