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통화가치 급락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에는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했다"며 "(이번 조치가) 과거에 직면했던 위기를 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경험했던 1000억 달러(약 108조900억원) 규모의 부채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대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은 300억 달러(약 32조427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지난 8일 달러당 23.41페소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 달 사이에 15.25% 하락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최근 10일 동안 기준금리를 기존 33.25%에서 40%로 인상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소화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IMF와의 구제금융 논의 소식이 알려진 뒤 페소 가치가 소폭 상승하면서 달러당 22.35페소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가운데 중남미 3번째 경제 대국인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로 고전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