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해온 '태권도 대부'이자 영화배우 이소룡(미국명 브루스 리)의 스승으로 유명한 이준구씨(미국명 준 리)가 30일(이하 현지시간) 미 버지니아 주 알링턴 소재 호스피스 센터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 ABC 뉴스 등 미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86세.
보도에 따르면 이준구씨는 195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뒤 미국 태권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1962년 수도 워싱턴DC에서 첫 번째 도장을 차리고 태권도를 가르쳤다. 1980년대까지 워싱턴 지역에서 운영한 태권도 학교만 11곳에 이른다.
미국인들에게는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 대부'로 통했다. 미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상·하원 의원 300여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미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3년에는 워싱턴DC 시장이 공로를 인정해 '이준구의 날'을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년기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던 이준구씨는 약 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구씨의 아들 춘 리씨는 "태권도는 아버지의 유일한 삶이었다"고 회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