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두 명의 일본 ‘신‧구 야구천재’의 올해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45세의 베테랑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와 24세의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이야기다. 21살의 나이 차처럼 세월이 야속하다.
오타니는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기대와 우려의 저울질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올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리그를 발칵 뒤집었다. 투수로는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고, 타자로도 11경기에 나서 홈런 3개를 포함해 타율 0.333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반면 일본 야구의 ‘영웅’ 이치로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치로는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모두 기량을 입증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야구천재’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시애틀의 이치로 잔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비판의 불씨는 시애틀의 선택이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부상자 명단에 있던 투수 에라스모 라미레스를 콜업하는 대신 백업 외야수 길레르모 에레디아를 트리플A 타코마로 내려 보냈다. 이렇다 할 활약이 없는 이치로가 아닌 에레디아를 전력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이치로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점 없이 타율 0.250에 그치고 있는 반면, 에레디아는 16경기에서 2홈런 4타점 타율 0.310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미국 ‘시애틀 타임스’는 “젊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했던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의 결정은 모순적이다. 야구적인 결정인지, 사업적인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결정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치로는 시애틀 팬들에게 평생의 기억을 남겼지만, 팬들은 이제 승리를 원한다”고 일침을 더했다.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올해 메이저리그의 분위기와 오버랩 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치로의 현재 모습을 보면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나 보다.
이치로의 시애틀은 5월 5일부터 사흘간 오타니의 에인절스와 안방에서 주말 시리즈를 치른다.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는 일본의 신‧구 야구천재의 맞대결이 벌써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