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융·복합 가치 시대’를 선포하고, 진정한 1등으로 거듭나기 위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LG는 최근 전장부품과 스마트팩토리,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등 4차산업 시대 핵심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줄 ‘LG사이언스파크’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 분야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협업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가 총 4조원을 투자한 서울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는 이 회사의 R&D(연구개발)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여명이 집결해 있다. LG는 이곳에 2020년까지 전자, 화학, 통신, 에너지, 바이오 등 총 2만여명의 연구인력을 집결시켜, 마곡지구를 혁신의 산실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구본무 LG 회장의 ‘큰 그림’이다.
일례로 휴대전화의 경우 과거에는 통화만 잘되면 그만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넘어서 AI 기능도 필수처럼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 노하우에 의존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휴대전화는 스마트홈과 스마트팩토리 등을 모두 연결하는 개인용 핵심기기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전혀 상관없던 사업 부문까지 휴대전화 개발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 회장이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다. 각 사별로 추진해 온 R&D 센터를 한자리에 모아 제품 개발 구상 단계부터의 협업을 이뤄냄으로써 계열사 간 협업의 시너지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융·복합 연구 최적화된 설계... “LG 계열사 간 협력구조 견고해질 것”
실제 LG사이언스파크는 융·복합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3D프린트실, 물성분석장비 등 첨단 장비를 한 곳에 갖춘 ‘공동실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회사와 상관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도 마련하고 있다.
연구단지의 설계 또한 융·복합 연구에 걸맞게 이뤄졌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 대로와 연구동들을 연결한 지하 1층의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주는 공중다리 등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술과 지식 공유의 활성화를 위해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소속 회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 세미나, 테마별 연구 동아리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의 계열사 간 협업도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전장사업의 경우 차량용 음향기기 등의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은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소재 등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은 LG CNS가 각각 맡고 있다.
이 밖에도 LG는 계열사 간에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한국전력공사 지능형 원격검침과 전력 IoT 적용모델’의 개발 협력에 나섰다. LG CNS는 LG전자와 협업해 만든 ‘AI 은행 상담원 로봇’ 등으로 디지털금융 시장 공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출시한 기업용 AI 'DAP(답)'의 여러 기능들을 계열사별로 필요한 부분들만 선별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공장 등에 제공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1등 LG라는 가치를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계열사 간 협업, R&D 센터의 통합 등은 이를 위한 준비작업의 하나”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부품, AI, IoT 등은 IT(전자기술)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잘 연계돼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LG의 계열사 간 협력구조는 더욱 복잡하고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