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엘스’ 전용 84㎡ 전셋값 7억원대에도 나옵니다. 지난 1월에 최고가가 9억원대였던 물건이죠. 새 아파트로 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세 수요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M공인중개업소 대표)
22일 찾은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앞에는 끝이 안 보이는 가림막 뒤로 1만여가구에 이르는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이미 층수가 꽤 올라간 상태다.
◆ ‘헬리오시티(가락시영)’ 9510가구 입주...“위례신도시로 빠지는 수요”
이처럼 강남권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 총 9510가구가 올 연말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에서 가장 전셋값 하락세가 눈에 띄는 곳은 ‘잠실 엘스'와 ‘잠실 리센츠’ 아파트다. 단지 앞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엘스 전용 84㎡ 로열층의 최저가가 7억4000만원에 물건이 나와있다. 리센츠 같은 면적도 전셋값 7억원대인 물건이 있다”며 “모두 올 초보다 1억~1억5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이라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 입주 뿐 아니라 인근 위례신도시로 전세 수요가 빠진 영향도 있다. 불과 지하철 5~6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위례신도시가 인프라를 갖출수록 젊은 층이 송파구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실에 위치한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서초와 송파로 들어오는 유입 인구 때문에 전셋값이 유지됐는데, 최근엔 수도권 물량이 많다보니 수요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여기에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다보니 지난해 아예 집을 산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단기적 역전세 발생”...“가을 이사철까지 지켜봐야”
봄 이사철이 끝난 데다 인근 대단지의 입주까지 겹치면서 전세 수요가 움직이지 않자 전세가격을 확 낮춘 물건들이 등장하고 있다.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 전세가격이 9억7000만원까지 올랐던 리센츠 전용 84㎡가 최근 7억5000만원까지 내린 물건이 나왔다”며 “전세가격을 9억5000만원까지 예상하고 전세를 안은 채로 집을 샀는데, 전세가 안 빠지다보니 버티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가격을 확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잠실 일대 전셋값 하락이 역전세의 늪에 빠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신규 아파트의 입주가 다가오면 잔금을 못 마련한 사람들은 전세를 놔서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 지역의 전세가격이 특별히 떨어졌다기보단 급한 사람들이 지역의 평균 시세보다 낮춰 전세를 내놓다보니 순간적으로 역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가 이주 시기 조정을 통해 강남구와 서초구 개포·반포주공 3000~4000가구의 수요를 분산시켰기 때문에 향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다음 이사철이 이 일대 전셋값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7~8월 이사철이 됐는데도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고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