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필명)' 김모씨의 인사청탁 문제 등 여러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취임 보름 만에 사표가 수리된 김 원장에 대해 청와대 인사검증이 느슨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며,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라인 교체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야당은 △김씨(드루킹) 일당이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돕겠다며 접촉한 시점이 대선 경선 전이라는 점 △김씨의 오사카 총영사 추천이 실제 김 의원을 통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접수됐다는 점 △대통령 측근 관리를 맡고 있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된 모 인사를 만났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김 의원이 김씨의 오사카 총영사 추천을 받아들인 것은 문 대통령 지지 댓글 활동에 대한 보답 차원이 아니냐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또 김 의원과 김씨의 관계, 친문 세력 내 김씨의 위상과 역할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17일 김씨가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가 하위 조직에 SNS를 통해 안 후보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확산하도록 요구한 대외비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와 김씨의 범죄행위 간 연관관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과 김씨의 관계가 드루킹 사태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5월 대선 전후로 김씨를 최소 네 차례 이상 만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대화방에서 지난 1월 “우리가 1년 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계를 맺은 건 다 아실 것”이라고 적었다.
김씨는 또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아느냐"며 불법 정황을 암시했다.
김 의원과 청와대는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씨가 심각한 수준의 협박을 해왔고, 지난 2월 김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백 비서관은 지난 3월 협박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김씨를 만나려고 했지만 긴급 체포된 상황이라서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된 사람을 대신 만났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또 백 비서관은 추천인 면담 결과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 조국 민정수석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이 협박 당사자인 김씨를 놔둔 채 총영사 추천인의 얘기만 듣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이미 오사카 총영사 공지가 이뤄진 상황에서 추천인을 만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드루킹 김씨가) 자기들이 (대선 때) 도와줬으니 자리를 달라고 한 것이고, 김경수 의원의 인사 추천이 들어지지 않으니까 앙심을 품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가 피해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드루킹 김씨가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돌렸냐 안 돌렸냐인데, 청와대는 욕만 먹고 매크로라는 본질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드루킹과 같은 일반인의 추천으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인사수석실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열린 추천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열린 추천’이 잘못된 논공행상 논란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드루킹 사태는 정치 팬덤(fandom) 현상을 악용한 브로커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제2, 제3의 드루킹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