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의 글로벌기업 톺아보기] 대표 석유기업 엑손 모빌…장기투자 적절한 에너지 공룡

2018-04-18 08:21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임이슬 기자 ]


지난해 미국 주식의 활황 속에서도 저유가로 인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엑손모빌이 최근 모처럼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주가는 16일(이하 현지시간) 78.60달러를 기록하면서 최근 한 달간 6.15% 상승했다. 엑손모빌은 석유생산(E&P), 석유정제, 화학 부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중 석유생산 부문이 지난해 순이익 기준 57%를 차지하고 있어 최근 유가 상승으로 주식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느리게 움직이는 거대한 기업··· "성실한 배당 투자자들의 마음 잡아" 

미국 투자전문 매체인 모틀리풀은 "지난 1년간 이어진 주가 부진 탓에 일부 투자자들은 엑손모빌 주식 매도를 고려하고 있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엑손모빌은 느리게 움직이는 거대한 배와 같다. 최근 경쟁사들의 성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엑손모빌의 자본이익률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엑손모빌의 부채가 이전보다 증가했고 최근 생산량이 줄기는 했지만, 선도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엑손모빌의 강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의 저력에 기반한 투자는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몇년간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기업들의 고전은 이어져왔다. 엑손모빌 역시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성장으로 유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수급량 제한이 계속된다면 유가가 당분간 60달러에서 80달러 선에서 움직이면서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유가에 다소 움츠러들었던 투자도 늘어나면서 엑손모빌의 성장세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월 엑손모빌은 향후 5년간 미국 내 원유 생산시설에 500억 달러(약 53조6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산 셰일 원유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남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 지역 시추에 집중돼 있다. 앞서 2016~2017년에도 엑손모빌은 미국 내에 연 6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30억~270억 달러의 글로벌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엑손모빌이 지난 10일 카타르 페트롤리엄과 미국 내 셰일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협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크게 올랐다. WSJ는 최근 카타르 페트롤리엄이 엑손 모빌의 자회사인 XTO 에너지에 투자하거나, 두 회사가 조인트 벤처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합작투자가 발표된 날 엑손모빌의 주가는 전장보다 2.6% 오르면서 2016년 9월 28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엑손모빌의 경영진은 이처럼 적극적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순이익을 2017년 대비 135%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동안 경쟁기업에 비해 성장이 다소 뒤처졌던 엑손모빌이 투자를 통한 선순환 성장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엑손모빌의 높은 배당 역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의 투자매체인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주식으로 엑손모빌을 꼽으면서 "이 기업은 무려 36년간 연속으로 배당액을 늘려왔다"면서 "엑손모빌의 배당수익률은 4% 수준에 달하며, 이는 최근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5년간 배당액 평균 증가율은 무려 7%에 달한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도래하는 전기차 시대·기후변화는 엑손의 또 다른 도전 

유가를 제외하고 엑손모빌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도전 중 하나는 전기차의 증가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40년 전체 신차 판매의 54%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기존 보고서에서 전망한 35%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이 2020년 하반기부터 크게 감소하면서 전기차의 가격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BNEF의 분석이다. BNEF는 2040년에는 전기차가 하루 80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엑손모빌과 같은 석유사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후변화 정책이 엑손모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엑손모빌은 각국 환경정책들이 자사 기업활동에 미칠 영향을 연례보고서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이 엑손모빌에 미칠 영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파악할 것을 요구해왔다.

일부에서는 석탄의 대체재로 천연가스가 부상하면서 기후협정이 엑손모빌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석유가 사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친환경정책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수요시장과 환경정책의 변화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엑손모빌은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엑손모빌이 친환경기술 개발이나 신재생 에너지, 물 관리, 이산화탄소 저장기술 분야에 진출을 선언한 것 역시 이 같은 사업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