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시급 ‘7530원’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전문가들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최저임금 인상 100일 평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오기엔 이른 시기”라면서도 “최저임금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자영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 대책 대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이 아니라 임금 전반에 대한 담론을 논의할 수 있는 임금정책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발제를 맡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만한 명확한 기초자료 생산이 안 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독일의 한 연구소(WS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5.9유로(약7800원)다. 가장 높은 호주는 12.4유로(약 1만6400원)이며 가장 낮은 터키는 2.5(약 3300원)다.
반면 자영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 대책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신규철 한국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역대 모든 정권에서 중·소상공인 정책을 펼 때, ‘자영업이 과잉이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라면서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죽을 줄 알면서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심정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 대책 10가지는 대체로 잘 안 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10가지 중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고, 상인들이 기대했던 골목상권 전용 화폐는 법률 개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10가지 지원 대책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회보험료 부담 경감 △경영 여건 개선 지원 △소액 결제업종의 카드 수수료 부담 추가 완화 △상가임대료 안정화 및 상권내몰림 방지 △금융채무 부담완화 △온누리 상품권 활성화 및 사용 편의 제공 등이다.
하지만 윤범수 중소벤처기업부 인재혁신정책과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10대 대책의 세부과제 76개 중 42개는 조치가 완료됐고, 34개는 아직 법령이 제정이 안 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로부터 독립해 임금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임금정책위원회’ 신설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최저임금 인상률만 심의하고, 의결되면 고용부에서 발표하고 끝이 난다”라면서 “굉장히 중요한 정책인데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최저임금보다 더 큰 명제인 ‘적정임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임금정책위를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정부 대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최저임금 문제를) 사후에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금정책위 신설과 관련해 박광온 의원은 지난해 법안을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대통령 직속으로 임금정책위를 만들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자로 공익위원을 두자고 제안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기자와 만나 “현장에서 저렇게 절실하고 절절한 요구가 있는데 법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여야가 지혜를 모아서 통과시켜야 한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견해보다 국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