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서명 거래로 사라진 전표매입 수수료를 놓고 카드사와 밴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적 공방은 물론 특정 카드사의 거래 거부 등 밴사들은 사활을 걸고 카드업계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밴업계는 무서명거래를 시행키로 하면서 밴대리점의 수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밴대리점은 가맹점에서 카드 전표를 수거해 전달하는 대가로 전표매입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무서명거래가 시행되면서 수거해야 할 전표가 줄어 밴대리점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카드사와 밴사가 논란 끝에 이를 보전해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밴수수료 산정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만큼 무서명거래 수수료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밴업계는 두 카드사의 요구가 기존 합의안보다 무서명거래 수수료를 덜 부담하는 방식이어서 수용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의 부담이 18원이 아닌 50% 가량으로 맞추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비씨카드가 합의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비씨카드는 "일반 카드사와 달리 우리는 프로세싱 기업이기 때문에 절반 수수료를 줄수 없다"고 반발했고 18원보다 낮은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밴업계는 크게 반발하면서 "금융당국, 카드사·밴업계가 함께 합의한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갈등이 치닫자 비씨카드가 한발 물러서면서 문제는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신한카드와의 마찰이 다시 시작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부터 6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했던 매출전표 직매입 업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ICT업체인 케이알시스에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거래인지 확인하는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위탁했다. 이렇게 되면 전표매입 수수료 자체가 없어지고 카드사와 밴업계 간 조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에는 삼성·롯데카드도 신한카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생존 위기에 놓인 밴업계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이 줄고 있는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곧 밴업계의 공멸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밴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2년간 이뤄졌던 무서명 거래 제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