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기식 금감원장의 취임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원장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될지에 따라 앞으로 금융사의 경영전략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에 관심을 가졌던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소비자 보호 문제에 신경을 쏟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보험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문제가 임기 중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진행될 개혁은 김 원장의 과거 의정 활동과 연관이 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과거부터 주목했던 문젯거리를 개혁하는 데 신경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19대 국회(2012~2016년)에 입성했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간사까지 맡으며 주로 금융권 관련 법안 발의에 힘을 집중했다. 이 시기 김 원장은 총 380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가 대표 발의한 것만 꼽더라도 44건에 달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겨냥 법안 다수 발의… 과녁은 삼성생명
김 원장이 가장 많이 발의한 것은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화 관련 법안이었다. 44건의 대표 발의 법안 중 7건이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법안 중 삼성그룹을 겨냥한 내용이 특히 많다. 2015년 11월 김 원장이 연달아 발의한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업 자사주가 대주주 지배권 확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사주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겨냥한 법안이다.
2013년 발의했던 금산법 개정안도 삼성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 법안은 금융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5%, 10%, 1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그 때마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보통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의 지분을 확대할 경우 큰 문제가 없으나 비금융사의 지분을 늘리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돼 금융위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사실상 주요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것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사례가 유일하다. 결국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확대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정치·금융권에서는 '삼성법'이라고 불린다.
이 같은 법안 발의 사례를 감안하면 김 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문제를 어떻게든 짚고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고객 돈을 운영하는 금융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하고 결과적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활용되는 것이 정당한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시각도 많다.
◆소비자·파산자·개인신용정보 보호 법안도 눈길… 취임사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조
다음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꼽을 수 있다. 실제 김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의 역할을 '금융소비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실제 의정활동 기간 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도 다수 발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14년에 발의한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 위반행위 피해자 지원기금법안'이다. 이 법안은 당시 '을(乙) 지원기금법'으로 통했다. 갑의 횡포에 당한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파산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눈에 띈다. 이 법안은 면책 결정을 받은 파산자가 빠르게 재기할 수 있도록 1개월 이내에 파산 관련 신용정보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신용정보 보호에도 관심이 많았다. 김 원장은 2014년 2월에 카드 3사 신용정보 유출 사건 직후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다시 한 번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개인신용정보 제공·활용 시 해당 개인으로부터 매번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김 원장의 의정활동을 감안하면 금융사 지배구조, 특히 삼성그룹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취임사에서 선언했던 금융 소비자 보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