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아름다운 도시 산토도밍고의 독립공원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독립영웅 3인이 안치된 조국의 제단이 있다. 이달 중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제단에 헌화하는 것으로 도미니카공화국 방문의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남한 절반 크기의 국토와 1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카리브해의 섬나라다. 쿠바와 아이티 옆,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다. 소규모 도서 국가가 많은 카리브에서 규모가 큰 중심국가다.
과거 외세침략과 군사독재라는 아픈 역사를 겪었으나, 지금은 정치적 안정과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을 구가한다.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한 것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이다.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관계는 생각보다 가깝다. 산토도밍고에서는 한국산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시장 중 두번째로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곳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5개 브랜드에 포함된다.
휴대폰·가전제품 시장에서는 한국산 제품비율이 1위를 점하고 있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이 나라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한류 팬클럽 30여개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는 한국 대사관의 지원으로 한류동호회연합회가 만들어졌다. 한류팬만 2500여명에 달한다.
또 이 나라 출신 야구 선수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에이스 투수와 4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도 70여명에 이른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코피아)가 진출해 있다.
이는 도미니카공화국이 무역·투자 및 개발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지 대사관 및 이들 기관을 통해 도미니카공화국의 협력수요와 우리의 기술·경험을 조화시킨 호혜적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5년 지원한 '청소년 보건센터'가 대표적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청소년의 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우리의 지속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운영이 맞아 떨어져 유엔 등 국제기구에 의해 모범적인 개발협력 사례로 꼽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미성년자 임신율이 높고, 보건환경이 열악하다. 센터는 도미니카공화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제2 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낙연 총리의 센터방문 때, 16세의 한 여학생은 이곳에서 받은 교육이 인생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를 들려줬다.
이낙연 총리는 다닐로 메디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경제·통상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총리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력 효율화 등 에너지·인프라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기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메디나 대통령은 당초 45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 1시간30분간 회담을 이어가는 등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전자정부 구축, 교통체계 개선, 청소년 보건, 엔지니어 양성, 항만 재건사업 등에서 우리와 협력관계를 맺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도미니카공화국 경제단체장들도 우리 기업의 진출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리 방문을 계기로, 코트라·수출입은행은 도미니카공화국 수출투자청과 '에너지·인프라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우리기업의 관련 분야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양국 간 축적된 호혜적 협력사례와 한류 등이 긍정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유라시아·동남아시아 지역과의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도 예외일 수 없다.
진정한 외교다변화를 위해서는 협력대상뿐 아니라, 분야 및 방식의 다양화와 함께 호혜적 협력사례를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무총리의 도미니카공화국 방문은 우리의 외교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에서 상생 외교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