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우려했던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을 피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국내 자동차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명분을 얻기 위해 자동차 업계를 희생시켰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車 "어려움만 가중, 얻은게 없다"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에 따르면 양국의 주요 관심사항 중 하나인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산 화물차(픽업트럭)의 관세(현행 25%) 철폐기간을 현행 '발효 이후 10년차 철폐'(2021년 철폐)에서 20년(2041년 철폐) 연장했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화물차가 없음에도 미국의 화물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화물차 관세철폐 기간 연장에 대해 "국내 업체 입장에선 2041년까지 화물차 수출을 하지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미래 경쟁력을 훼손당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미국에서 화물차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생산에 나서야 한다. 이는 곧 설비 증산에 대한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당장 현대차로서는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시장을 겨냥한 픽업트럭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세가 유지될 경우 개발이 지연되거나 혹여 개발되더라도 국내가 아닌 미국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산 수입자동차의 한국시장 수입과 관련해 안전·환경기준도 유연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미국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과 관련해서도, "현재 20%에 육박하는 수입차 점유율이 더 높아지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가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수입차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입장을 내고 "안전과 환경 분야는 우리나라 자동차 제작사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 정부 규제인 만큼, 향후 우리의 산업경쟁력 정책과 규제 정책과의 조화를 함께 고려해 국내 완성차 제작사에 대한 규제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재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 "다행이긴 하지만..."
철강 업계에서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철강협회는 한국이 추가 철강 관세 부과에서 면제를 받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과가 미국이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협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안보를 이유로 철강수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려 했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작년도 대미 철강수출의 74%로 쿼터를 제한한다는 협상 결과는 미국이 당초 작년 철강수입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려 했던 것보다 양호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대미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강관 업종의 피해도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면제'하는데 합의했다. 대신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대해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268만t)에 해당하는 쿼터(2017년 대비 74%)를 설정하기로 했다.
품목별로 보면,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판재류(열연·냉연·압연 강판)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유정용·송유관 강관 등 강관류 쿼터는 2017년 수출량 대비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강관의 대미 수출액은 2017년 203만t인데 이번에 받은 쿼터물량은 연간 104만t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유정용 강관 등 강관류의 경우 대미 수출량이 많았던 지난해 대비 쿼터량이 약 50%에 불과해 수출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현지 생산법인 SSUSA의 가동률을 늘리고 수출국 다변화 등을 통해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관세 부과가 한시적으로 면제됐을 뿐, 영구면제된 것은 아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