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요직에 인재를 발탁할 때 유난히 중용하는 집단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저장(浙江)성 출신 관료인 ‘즈장신쥔(之江新軍)’, 고향인 산시(陝西)성을 비롯해 간쑤(甘肅)성 등 서북지역 출신 관료인 ‘시베이쥔(西北軍)’, 그리고 우주항공·군수 분야 기업 수장 출신 관료인 ‘우주방’ 이다.
즈장신쥔은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인 2002~2007년 상관·부하 관계를 맺은 인맥이다.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를 비롯한 서북 지역은 워낙 척박해 빈곤 인구가 밀집돼 있다. '빈곤과의 전쟁'을 제창하는 시 주석이 빈곤 지역에서 경험을 쌓은 시베이쥔을 중용하는 이유다. 우주·군사강국을 외치는 시 주석에게 우주방이 든든한 지원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베이쥔과 우주방, 즈장신쥔 중용은 중국 지방정부 지도자 임명에서도 두드러진다.
그가 허베이성 서기로 부임하자마자 한 일은 '시진핑 특구'로 불리는 슝안(雄安)신구를 방문한 것이다. 슝안신구는 허베이성 낙후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슝(雄)현, 룽청(容城)현, 안신(安新)현 등 3개 지역을 특구로 지정한 것으로, 이곳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제2의 푸둥신구', '제2의 선전특구'로 만드는 게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가대계 프로젝트다. 왕 서기는 슝안신구를 시찰한 자리에서 "슝안신구를 계획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시 주석이 직접 계획해 추진한 위대한 역사적 공정이자 천년대계, 국가대사"라며 슝안신구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을 약속했다.
◆슝안신구 개발 적합자··· 쉬친 허베이성 성장
거시경제 개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그가 2008년 부시장으로 첫 지방 발령을 받은 곳이 선전이었다. 당시 선전은 금융위기 발발 이후 경제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베이징이공대 공학 석사 출신인 그는 선전시에 창업·혁신 DNA를 주입해 이곳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가 허베이성으로 옮겨온 것도 선전의 혁신·발전 노하우를 슝안신구에 도입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4월 1일 슝안신구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반 시간 만에 그의 허베이성 성장 임명 발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부임한 지 사흘 만에 슝안신구를 둘러봤다. 그는 사실상 슝안신구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특별히 발탁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국무원 브레인' 셰푸잔 허난성 서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재임 시절인 2008~2013년엔 국무원 연구실 주임으로 원 전 총리 주요 담화는 물론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4~6차 전체회의 문건과 5개년 발전 계획인 '12차5개년 규획(2011~2015년)' 초안 작업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09~2012년 원 전 총리의 정부업무보고도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것이다. 그는 '중국판 노벨 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쑨즈팡 경제과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2013년 3월 갑작스레 허난성 부서기로 발령받은 셰푸잔은 허난성 성장, 서기직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그가 올해 양회 '다크호스'로 정협 부주석이나 인민은행장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허난 사람' 천룬얼 허난성 성장
천 성장은 지난해 비리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그가 후난성 공직생활 당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후 미국으로 도주한 후난성 공산당 간부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판 나사' 출신 우주방··· 천추파 랴오닝성 서기
그는 지난 2017년 1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과거 랴오닝성의 2011~2014년 경제 통계수치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바로잡은 지방정부 수장이기도 하다.
2012년 9.5%, 2013년 8.7%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랴오닝성 경제는 2015년 3% 성장한 데 이어 2016년엔 오히려 -2.5%로 수렁에 빠졌다. 중국 지방정부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발표는 역사상 처음이라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 고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등 경제 재건에 노력하며 2017년엔 다시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천 서기는 올해 양회에서 "개혁을 추진해 노후공업기지를 진흥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류링허우 젊은 피··· 탕이쥔 랴오닝성 성장
고향은 산둥(山東)성이지만 지식청년으로 하방된 저장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30년 넘게 저장성에서만 근무했다. 저장성 대표 항구도시인 닝보시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닝보시 시장, 서기직까지 올랐다. 그는 지난해 랴오닝성 대리성장으로 승진해 올해 1월 정식 성장이 됐다.
특히 그는 닝보시 재직시절 능력을 인정받았다. 닝보시 대리시장 재임 시절 그가 대표단을 이끌고 상하이(上海)를 시찰해 약 600억 위안이 넘는 기업 투자 유치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는 경제도시 상하이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닝보시에 도입해 닝보시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소수민족 '벽'을 넘다··· 바인차오루 지린성 서기
바이차오루 서기는 즈장신쥔으로 분류되는 시 주석의 최측근 인물이다. 2001~2007년 저장성 부성장, 닝보시 당서기로 재임할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의 부하로 근무하며 함께 손발을 맞췄다. 네이멍구(內蒙古)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를 지내며 같은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인연이 있다.
지린성은 북한과 국경이 접한 곳인 만큼 2010년부터 지린성 부서기, 성장, 서기까지 8년 가까이 지린성에서 근무한 그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개방선도구, 훈춘(琿春) 국제합작시범구 등 북·중·러 간 경제협력 개발 사업도 추진해왔다.
올해 전인대에서도 그는 지린성 대외개방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훈춘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훈춘~자루비노~부산을 잇는 철도·해운 복합운송을 추진하고, 남쪽으로는 단둥항·다롄항·잉커우항을 연결한 환발해경제권에 편입되고, 북으로는 창춘(長春)에서 만저우리(满洲里)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국제화물열차를 운영하는 등 지린성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교량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전문가···징쥔하이 지린성 성장
시안과기대 반도체학과를 졸업한 공학 석사 출신인 그는 시안 하이테크 상징으로 불리는 가오신구(高新區·첨단기술개발구) 출범 직후인 1992년부터 2008년까지 16년 가까이 이곳에서 근무했다. 2008년 산시성 부성장으로 승진한 그는 우리나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안 가오신구로 유치하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2012년 4월 삼성반도체 공장 건설 양해각서(MOU) 체결식 현장에도 함께 있었다.
2012년 5월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묘역 증축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5년엔 베이징으로 올라와 중앙선전부부장, 베이징 부서기를 지냈으며, 올해 1월 지린성 대리성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대리’를 떼고 정식 성장이 됐다.
◆산시성 5년 근무로 출세가도··· 리진빈 안후이성 서기
하지만 오늘날 그가 지방정부 1인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산시성 조직부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이다. 당시 그는 '시진핑의 남자'로 불리는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등과 함께 산시성에서 함께 근무했다. 자오러지는 2007~2012년 산시성 당서기, 리시는 2004~2011년 산시성 당상무위원을 역임했다. 리진빈 역시 시베이쥔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때부터 리진빈은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3년 4월 안후이성 부서기로 임명된 그는 5년도 채 안된 지난해 1월 서기직까지 꿰찼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안후이성 경제 성적표가 만족스러운 데다 리 서기가 연륜이 풍부하고, 추진력도 있고, 평판도 좋아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 전문가' 리궈잉 안후이성 성장